백두대간 삽당령~백봉령 구간종주기
삽당령~두리봉~석병산~구병이재~생계령~백봉령
구간거리 18.5km 03:20~11:50 8시간30분소요
백두대간 산행을 나설 시간이 다가옴에 집을 나서 서초구청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은 시간이 오후10시30분,
평소 이시간엔 무박 산행 떠나는 이들로 붐비던 서초구청앞 수변공원에 오늘은 사람이 하나도 없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속에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는게 아까워 수변공원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들머리 삽당령은 강릉시 왕산면 송현리와 목계리를 잇는 721m 높이의 고개로
강릉과 정선 사이 35번 국도가 지나간다.
삽당령(揷唐嶺)의 삽은 꽂을 삽. 옛날 정선군 임계 사람들이
강릉에서 장을 봐가지고 오다가 짚고 오던 지팡이를 꽂아놓고 가서 이름지어졌다는 설이 있다.
대단한 자유인 14기팀, 이 우중에도 팀원들 대부분이 산행을 나와주었다.
(원래는 모처의 금단지역을 산행할 예정이었고 그곳의 유명세 덕분일수도 있겠다.)
그 곳이 장마와 태풍 메아리의 영향으로 전면적인 등반이 통제됨에 다,다음 구간으로
건너 뛰어 이곳을 걷게 되었다...
이날, 삽당령의 강우량이 395.5mm...참 많이도 내렸다.
조침령에 이어 미녀시리즈 2탄 우중의 세미녀...
당신들 어찌 이리 아름답습니까?...
쏟아지는 빗속을 걷다보니 발걸음은 자연히 빨라지고 몸에선 땀이 나지만
우의때문에 바깥으로 배출되지 않으니 온몸이 끈적이기 시작하고 그느낌이
너무 싫어 차라리 산행을 포기하고 뒤돌아 내려가고 싶다...
비가 쏟아지니 조망제로, 등로는 어느새 흙탕물이 흐르는 작은 내로 변하고
신발은 물에 푹젖어 물고기가 놀아도 될 형편...
고개를 숙이고 무작정 걷기만 하다보니 두리봉을 언제 지났나?...
일월봉 삼거리에 이르른다.(이날, 해와 달은 구경도 못했거든~)
일월봉에 오른 일행들...건너편 봉우리에서 건너 바라보고...
두리봉에서 생계령까지 왼쪽은 급사면의 마루금을 밟고 걷는다
이 사진 이후론 습기때문인지 카메라가 일을 하지 않겠다고 반항을 한다....
어찌달래면 한 컷 찍어주기도 하고 완전 지(카메라) 맘대로다...
석병산 다음의 헬기장에서 준비해간 비닐플라이(?)로 비가 쏟아지는 하늘을 가리고
아침을 먹는다. 아무래도 하루종일 비가 그치질 않을것 같아 간편식으로 빅맥과 불고기버거를
준비했는데 주전자에 물을 끓여 커피를 타서 함께 먹으니 그런대로 한끼의 식사가 된다...
땀에젖은 셔츠를 벗고 맨살에 봄파카로 (예정된 구간에서는 강한 바람에추울것 같아 넣어왔던)
갈아입는다...늘 예비로 반팔T라도 두어개는 넣어 다녔는데 요즘은 준비가 시원찮구나...
어느 헬기장 가득 피어있는 꿀풀(꿀풀과, 포기는 하고초라고 부르고 어린 순은 나물로먹으며
고혈압,자궁염,해열등의 약으로 쓴다.)
어릴때 보래색 꽃잎을 따서 빨아먹었던 기억이...
옷을 갈아입어도 잠시뿐, 금새 온 몸이 끈적이기 시작한다. 이 견디기 힘든 불쾌감,
오늘 완전 갱섭이 성질 테스트하는구나...
지지난주, 점봉산~조침령구간에서 조릿대 꽃이 피어 있는것을 보았었는데
오늘 구간의 조릿대는 대부분이 죽어 있다. 대나무는 일생에 한번 꽃을 피우고
꽃을 피운후엔 죽는다던데....
비에 젖은 나무와 넝쿨들이 등로를 가로막아 그들을 헤치고 나아가니 온 몸이 물에 빠진 생쥐꼴...
큰까치수염
산딸기 익어가는 등로를 걸어간다.....
인찐쑥, 잎 하나를 꺽어 입에 넣으니 그 향이 입안에 가득하다....
박새도 늘씬하게 꽃대를 세웠구나...
기린초
이건 취나물 종류의 꽃같은데....
정확한 이름은 모르겠고...
초롱꽃 한무더기를 만나 몇장의 사진을 얻는다...
기린초도 떼를 지어 꽃을 피우고....
이젠 산중의 여름꽃을 만날수 있는 철이구나...날 맑을때 대포카(?) 메고
만항재쪽으로 야생화 출사나 한번 나서볼까?...
선두에서 14기 대원들의 명단이 적힌 표식기를 달아놓았구나...
표식기란 방향을 잃을 염려가 있는 구간에서 올바른 진행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인데 전혀 길잃을 염려없는 확실한 등로에 걸어 놓으니 조금은 자랑질(?)의 냄새가 난다.
일년만에 다시 만나는 나리꽃,반가움에 초이대원과 꽃앞에 몸을 숙여
말안듣는 카메라에 담으려 애쓰는데 마침 지나가시는 한대장曰
"똑딱이 카메라로 찍어 보았자,..." 무어라고 한마디 던지는데
영감 참,말한마디 ?없게 하시네...무얼로 어떻게 하든 내가 좋아서 하는데 기분 잡치게스리...
카메라도 삐졌는지 한커트 어떻게 찍고는 작동이 되지 않는다...
비로 미끄러운 가풀막에 두어번 넘어지기도 하며 걸어 걸어 생계령에 다다른다.
지나온 922봉부터 카르스트지형이라는 석회암지대에서 볼수있는 움푹 꺼진
돌리네를 여러곳에서 볼 수있다는데 오늘은 계속되는 빗줄기에 아무것도 확인할수 없다...
백볼령 5.4km... 이제 두시간남짓 걸으면 되겠구나....
오늘 만난것은 털중나리,나리꽃은 참나리,중나리,섬말나리.
솔나리,하늘나리....그리고 개나리(?)... 이름도 여러가지...
어디서부터인가 혼자 걷고있다.산행 시작부터 5.3km이정표 나올때까지
선두에 어울려 함께 걸었었는데 그것이 나에겐 오버페이스였나....계속 따라걷기엔
힘이들어 뒤로...뒤로 처진다. 드디어 나의 자리, 꼴찌가 되었다...
나는 늘 꼴찌의 삶입니다
때로 아집이 강한 사람은
자신이 틀린 것을 알면서도
쓸데없는 자기 체면 유지 때문에
끝까지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존심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구별해야 할 것은 자존심이 아닌
자만이나 자기 체면유지에 급급하는것을
자존심으로 착각해선 안 될 일입니다.
때로는 자기를 숙인다는 것이
자존심 상하는 일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 쓸데없는 체면을 깨뜨리지 않으면
삶을 살아가는 지혜도 생기지 않고,
더 이상의 발전을 얻지 못합니다.
나를 깨뜨려야만
더 나은 지혜를 얻을 수 있으며
더 나은 지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내가 가진 것이 최고라는 자만과
내가 가진 능력이 최고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으면
나는 늘 꼴찌의 삶입니다.
늘 겸손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나를 깨뜨리는 지혜를 가졌으면 합니다.
839봉의 통나무계단을 오르며 그나마 살살 달래 사진을 찍던 카메라가 완전히 먹통이 된다.
배낭을 내려놓고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건전지를 갈면 어찌 될듯도하지만
줄기차게 내리는 빗속에서 번거로운짓이라 그냥 걷기로 한다.
여러개의 높은 철탑을 지나고 초대형 포크레인이 서있는 자병산훼손현장을 거쳐
(1994년 까지는 자병산으로 대간종주를 하였다는데 지금은 산의 형태가 깨끗하게 없어졌다.)
넓은 작업도로를 가로질러 물이 마구 쏜아져내려오는 개울을 건너 조그마한 오름을 하나 더 오른다.
마지막(42번) 철탑에 345,000볼트의 건기가 흐르니 주의하라는 경고가 붙어있다,
이전의 철탑들을 지나며 15만볼트 정도려나 짐작했는데 상당히 높은 전압이다.
30 여년전쯤 220볼트의 전기에 삼십여초정도 감전되었을때 전기의 맛이 꽤 달콤하던데
저 정도의 전압은 어떤 맛일까?...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걷는데 백봉령 0.1km의 이정표가
나타난다, 야호...이제 다 왔구나....
저만큼보이는 버스가 이렇게 반가울줄이야...
대원들 전원 탑승하고 정선군 임계면으로 이동, 목욕탕에서 개운하게 몸을 씻고선
뚜거리(농어목 망둑어과의 민물고기로 한국, 일본, 시베리아 등지에 분포하고 있다.
수서곤충을 주로 섭식하는 육식성으로 황갈색의 빛깔을 띠며, 5~7월 사이 산란기를 갖는다.
표준말로는 꾹저구, 몸길이 약 12cm )
매운탕으로 정말 맛난 점심을 먹고선 (우중 산행의 끈적끈적한 불쾌감은 깨끗이 잊어버리고...)
기분좋게 집으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