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14종주

갱섭이 2014. 5. 30. 00:45

 

지리산 종주기(쳥학연못을 찾아서)

2014년 5월28일 황사심함

성삼재~촛대봉~청학연못~천왕봉~중산리

약 36km 03:30~19:00  16.5시간 소요

 

 

 

아! 지리산....

얼마나 그리워 하고 오고 싶던 곳인가?...

이년여만에 종주를 위해 성삼재를 다시 찾으니 일년 육개월에 걸친

투병과 재활의 고통스러운 시간들이 새삼 아프게 기억된다...

 

 

호젓하게 걷고 싶어 평일을 택해서 기차와 택시를 이용하여 성삼재 도착한 시간이

새벽 3시40분...사람없는 캄캄한 밤길을 헤드렌턴에 의지해 걷는다...

어둠속에서 포착돤 산목련 한송이(함박꽃).

 

 

눈에 뵈는거 없으니 어둠속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여유롭게 걷는다....

어느 가수의 보이지 않는 사랑이란 노래도 흥얼거리며...

 

 

노고단재에 도착하니 날이 어슴프레 밝아온다.

한쪽에 앉아 준비해온 빅맥 한개를 아침 요기로 먹으며

조금더 밝기를 기다려 사진 몇장을 얻는다...

 

 

 

 

 

자, 이제 걸어보자...

숲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조용한 길에는 스치는 바람과

부지런한 새들의 노래소리가 아름답게 들려온다....

 

 

 

즐겨 인용하는 성 수자님의 글을 생각하며 어두운 너덜을 걷는다. 조심조심...

 

걷는다는 것은 바람의 속살을 만지는 일이다

걷는다는 것은 흙의 촉감을 느끼는 일이다

걷는다는 것은 풀잎의 눈짓을 알아보는 일이다

오감의 촉수를 열고 심호흡한다.

 

발걸음이 절로 가벼워진다

따라오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삶의 밑그림이 시야에서 펴진다

양팔을 들어 올려 흔들며 걷는다.

 

합일하는 몸의 자유와 발걸음의 자유

무한대의 희열이 순한 눈길로 열린다

걸으면서 내 살아 있음을 온몸으로 느낀다

길은 걷는 자에게 한없이 온유하다

 

걷는 자에게 마침내 속내를 내 보이며 길이 말을 걸어온다

걷자

경괘한 길이 열려있다

신발끈을 조이고 다시 출발선이다....

       

                   성수자

                                      걷는다는 것은....

 

 

그래, 이제 다시 걸을 수 있다...

이 기쁨과 감격을 고이 간직하자...

질등,문바우등,왕시리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희미하게 보이누나....

 

 

 

 

돼지령 근처의 시야가 터지는 곳에 이르니 마침 아침해가

떠올라 카메라에 담아본다....

 

 

 

진부 애기나리...

 

 

 

임걸령의 샘에서 물을 보충하며 잠시 쉰다...

감사하게도 지리능선에 여러 군데 샘이 있어

 무겁게 식수를 짊어지고 다니지않아서 좋구나...

 

 

 

△ 쥐오줌풀과 이름도 예쁜 애기나리...▽

 

 

 

 

 

걸어온 능선을 돌아보고...

 

 

 

묘향암 가는 입구...

 

 

소금장수 묘...

높은 곳에 계시지만 종주하는 산꾼들이 자주 지나가니 심심하지는 않으실듯... 

 

 

 

 

 

△ 삼도봉의 다람쥐..

어느해인가 아침을 나누어 먹은적이 있는데...

오늘도 이곳에서 빅맥을 또 한개 잡수신다...

 

 

 

가야할 능선...박무현상으로 뿌연하다...

 

 

 

화개재 내려가는 육백여개의 데크를 만난다...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는 새 한마리, 어렵게 포착한다...

 

 

 

 

 

토끼봉의 힘드는 오름길...

여기서부터 너덜길이 싫어지기 시작하는데...

 

 

 

 

이게 웬소리?...나,벽소령이나 세석에서 내 다리형편보아 쉬어가려 했는데...

 

 

 

명선봉을 지난다...

산아래는 이미 여름이 시작되었는데

산정에는 이제 새봄의 노래가 들리는구나...

병풍취,참취,곰취,원추리등...나물도 지천으로 깔려 있구나...

 

 

 

연하천도착이 8시40분...

만만디로 걸어왔는데 대피소 예약관계를 문의하니

비예약자는 관리공단 직원의 인솔하에 강제 하산 시킨다니

이를 어쩌나...무릎이 성치 않은 나는...

 

 

 

동의나물 꽃...

 

 

삼각고지의 음정 내려가는 삼거리를 지난다...

 

 

오!...바위에 붙어있는 금마타리...곧 황금색의 아름다운 꽃을 피우겠구나...

 

 

박새도 꽃대를 뽑아 올렸구나...

 

 

 

혼자 걷는 길이 심심하지만 외롭지는 않아,

앞으로 다가올 사랑을 마음에 품고 함께 걸어가며

이런 저런 생각을 많아 할 수 있어  오히려 홀로 산행을 하고나면

가슴이 가득차는 느낌이야...

 

 

 

 

형제봉에서 바라보는 걸어가야할 능선,

그 끝에 천왕봉이 보이네...

 

 

 

형제바위의 인기 모델 두그루의 나무...

 

 

 

오늘 처음 마주 오는 산객을 만나 그들이 사진찍는 김에 내 사진도 한개 얻어본다...

변함없이 꺼벙한 갱섭이...

 

 

 

벽소령 통과시간이 10시50분...

여기서 아이스크림 한개를 2,500원에 사먹는다...

대피소라 하면 다치거나 위급한 사람을 위해 구급약을 비치하고

돈을 받지 않아야 함에도 국민의 세금으로 비싼 기름 헬기로

실어 올려 발전기를 돌려 해태 아이스크림을 팔다니...

국립공원 관리공단의 행태가 심하게 괘씸하다...

 

 

 

 

 

선비샘에 일행인듯한 몇명의 산객이 샘을 차지하고 머리감고

세수하며 비켜주지를 않는다.

이런, 식수가 우선인데...눈을 세모로하여 째려보고 서 있으니

그제야 슬며시 비켜준다...

바람은 불어주지만 더운 날씨,2리터의 물병을 가득 채운다...

 

 

 

 

 

 

지리산종주중 가장 거친 곳중의 한군데를 지나자니 무릎에 서서히 통증이 시작된다.

잠깐 앉아 쉬며 양쪽 무릎에 파스를 붙여본다...

 

 

 

 

 

 

칠선봉구간은 양지꽃길...

 

 

 

 

오!...심 봤다...

옥잠화 한포기 친견하네...

 

 

 

1,556봉의 위용...

덩치에 어울리는 그럴듯한 이름하나 지어주어야...

 

 

180계단...

어디 올라보자...아이고 무릎이야...

 

 

 

 

영신봉에서 바라본 세석대피소..

계획대로 라면 이곳에서 하루밤 유숙할 터인데...

 

 

 

세석갈림길 통과시간 14시...

 

 

 

촛대봉에서 금단의 줄을 넘어 청학연못으로...

이곳이 주인인가?..

꿩이 구구거리며 낯선 침입자에게 경고음을 보낸다...

 

 

세석고원을 넘으며

 

아름다워라

세석고원 구릉에 파도치는 철쭉꽃

선혈이 반짝이듯 흘러가는

분홍강물 어지러워라

이마에 흐르는 땀을 씻고

발 아래 산맥들을 굽어보노라면

역사는 어디로 흘러가는가,

산머리에 어리는 기다림이 푸르러

천벌처럼 적막한 고사목 숲에서

무진벌 들바람이 목메어 울고 있다

나는 다시 구불거리고 힘겨운 길을 따라

저 능선을 넘어가야 한다

고요하게 엎드린 죽음의 산맥들을

온몸으로 밟으며 넘어가야 한다

이 새상으로부터 칼을 품고, 그러나

서천을 물들이는  그리움으로

저 절망의 능선들을 넘어가야 한다

막막한 생애를 넘어

용솟는 사랑을 넘어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는 저 빙산에

쩍쩍 금가는 소리 들으며

자운영꽃 가득한 고향의 들판에 당도해야 한다

눈물겨워라

새석고원 구릉에 파도치는 철쭉꽃

선혈이 반짝이듯 흘러가는

분홍강물 어지러워라

 

                                                     -故  고 정희 시인의 지리산의 봄 중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나날이 지리산을 오르지만

 "청학연못"이란 이름 생소하고,찾아가 본 사람은 더 더욱 드물다 한다.

세속의 때 묻지 않은 지리산 잔돌고원의 비경,

아무나 쉽사리 찾을 수 없도록 천왕할매가 바위와 나무로 팔진법을 펼쳐 감추어 두고

간절히 원하는 공부꾼에게만 들어가는 문을 조그맣게 열어 준다는 청학연못...

그 청학연못에 인간이 꿈꾸는 무릉도원이며 이상향이고 유토피아인

청학동 들어가는 문이 숨겨져 있다는 전설이 전해져 오고 있으며,

그 청학동에 들어가면 무병장수하고 죽으면 신선이 된디는....

 

청학(靑鶴)  푸른 학!

사람 얼굴에 새 부리, 다리 하나 날개 여덟인

신선이 타고 다닌다는 신령스럽고 영묘한 새,

이 새가 울 때 천하가 태평하다고 한다.

 

풍수지리학 하는 사람들에 의하면 산에는 맥(脈)과 혈(穴)이 있고,

천지 기운이 모아져 있는  혈에는 반드시 혈처(穴處)가 있다고 하였는데,

백두산 정기가 대간을 타고 한반도로 뻗어내려 이 곳 지리산에 그 혈을 맺고

잔돌고원에 청학연못이란 혈구를 두었을까?.

 

 

친구가 이야기해 준 쪼개진 바위 아래서 길은 두 갈래로 갈라진다.

어느쪽으로 가야 하나?,..위성사진에서 위치를 보아 두었건만 찾기가 쉽지 않은데

우연히 등산화 발자욱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그래,저 발자욱을 따라가 보자,

어디론가 나를 데려가겠지...발자욱은 이리저리 구불구불 철쭉 숲을 지나서

커다란 바위 옆으로 데리고 간다.

천왕할매가 나를 이리로 데리고 오셨나? 바위 위로 고개를 뽑아들고 넘어다보는 순간,

 

 

 

오!...

순간적으로 숨이, 심장이 멎는 것 같다,

눈앞에 그 청학연못이 태고의 신비를 모두 간직한듯한 비경을 보여준다,

세상에,1500m가 넘는 이 높은 고원에 이런 평화로운 연못이 숨겨져있다니...

가슴벅찬 감동으로 한동안 바라만 보고 서 있을뿐....

 

정신차리고 보니 잔잔한 수면위로 햇살이 퍼지더니

연못의 명경같이 맑은 수면 위로 주변의 나무들을 비추어준다.

가끔 연초록 나뭇잎 사이로 부드러운 바람 불어오니

조용하며 청아한 수면은 간지럽다는듯 파르르 떤다.

태고의 평화와 고요만이 가득하다.

 

고요와 평온이 가득한 연못에는 지리산 신선이 되셨다는

고운 선생께서 청학을 타고 나올것만 같다.

시간마져 멈추어진 듯한 이 곳이 잔돌고원의 자궁속일까?...

혼자만 가슴으로만 느끼고 싶지만 ...

눈물이 흐를것만 같은 가슴벅찬 감동을 누르고

어쩐지 불경스러운 마음으로 사진 몇장 찍는다.

 

 

 

 

 

 

 

 

 

나 이곳에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녹음 우거지거나, 단풍들거나 흰 눈 올때 찾아오기로 하고

 왔던 길 되돌아 나와 바람부는 한 바위위에 올라서서

뒤 돌아보니 벌써 진법을 펼쳤을까? 청학연못은 흔적도 없다.

 

 

 

 

촛대봉으로 되돌아 나오는 길...거리와 고도차가 만만치 않은데

천왕할매가 내 무릎을 만져주셨나...거짓말같이 개운한것이 전혀 통증이 없다.

아래는 같은 장소의 어느 해 가을 풍경,산오이풀,쑥부쟁이,구절초가

천상의 화원을 이루고 있었다.

 

 

 

자, 부지런히 걷자...

연하봉 가는 길...

돌아서면 삼신봉 가는 길...

아리랑 한자락이라도 들릴듯한 고즈넉한 풍경...

 

 

 

 

 

연하선경...

 

 

 

 

장터목 대피소의 너른 마당에 양팔 벌리고 서서

 마천골에서 불어오는 대지의 기운이 가득담긴 바람을 마음껏 흡입한다...

아!...시원하다...

 

 

 

 

어느해 가을 장터목에서 바라본 반야봉의 일몰...

 

 

제석봉의 고사목 지대를 지난다...

다시 시작되는 무릎의 통증,붙였던 파스를 떼어낸다...

 

 

 

 

제석봉의 장군바위...

 

 

 

通天門을 지나 仙界로 들어간다...

 

 

 

 

 

 

 

 

나,드디어 이곳에 왔노라...

뜨거운 감격의 눈물이 흐른다...

목발을 짚은채 새 등산화를 사다 방에 놓고 쳐다보며

저것을 신고 다시 산에 가리라,며 절치부심...

극심한 고통을 참으며 다리꺽기등,얼마나 재활에 애써왔던가...

그 시간 나를 격려해주었던 주위 여러분의 얼굴이 떠오른다...

감사합니다...여러분의 격려 덕분에 제가 이 곳에 다시 올 수 있었읍니다...

 

 

어느해 가을 의 천왕봉 일출...

 

 

 

△싱그럽게 자라는 산오이풀과 같은장소의 사년전 그 꽃...▽

 

 

천왕봉에 한참을 머물다 하산 시작...

거치른 급경사의 너덜길,조심조심... 

 

 

 

 

개선문과 법계사를 지나...

 

 

문창대도 지나고...

 

 

로타리 대피소의 헬기장에서 상봉을 다시 한번 돌아본다...

나, 다시 저 곳에 갈 수 있을까?....

 

 

 

 

 

징그러운 중산리 하산길...

끝까지 거치른 너덜이구나...

무릎을 잘라버리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럽다...

 

 

 

할 수 없다..

몰래 등로에서 안보이는 개울로 잡입...

홀랑 벗고 알탕을 결행한다...

까지거 들키면 국공파의 오십만 장풍을 맞으면 그만...

삼삽만 이랫던가?...

찬물에 몸을 담구니 무릎의 통증이 웬만큼 가신다...

바위에 올라 몸을 말린후 새옷으로 갈아입으니 날아갈듯 개운하다...

갱섭이의 목욕탕을 공개합니다...▽

 

 

 

 

 

 

법계교에 이르러 상봉을 올려다보니 구름이 가려버린다...

그래, 더 욕심내어 무었하나...

이미 몸 가득히 지리산의 정기를 받아 모셨거늘...

국립공원 입간판에 이르러

다시 천왕봉에 올랐다는 감격의 눈물과

하산길의 무릎통증으로 고통의 눈물을 함께 흘렸던 지리산 종주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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