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로 얼룩진 빼재~부항령구간
2012년 7월22일 비온후 갬
▲ (참고자료)
두 주일만에 다시 대간길을 나서는 날,
장마 끝이라 날씨예보를 예의 들어보니 이번에 걷는 들머리에 속하는 거창군 고제면의
날씨가 오후 3시에 비소식이 있어 그 시간이면 미산의 건각들은 산행을 마친 시간이라
판초우의는 배낭 깊숙히 갈무리하고 서초구청에서 일행을 만나 빼재에 도착한 시간이
새벽 3시,이마에 불 밝히고서 들머리에 들어서는데 빗물이 한두방울씩 떨어지고
안개가 자욱하여 헤드렌턴의 불빛에도 앞이 잘 보이지 않는구나...
수령(秀嶺), 신풍령이 된 빼재, 727번 지방도가 거창의 수승대와 무주구천동을 연결하고 있는데,
도로 내면서 대간 고갯마루에 인공 협곡을 아주 깊게 만들어 대간 줄기를 완전히 잘랐다.
빼재에서 덕유산쪽 들머리에 서 있는 표지석의 ‘수령(秀嶺)’이라는 이름은 잘못된 이름이라 한다.
본래 이 고개 부근에는 사냥꾼과 도적들이 많아 그들이 잡아먹은 동물뼈가 가득 쌓여 있었다고 해서
뼈재라고 했는데, 뼈재가 경상도 발음으로 빼재가 되었다.
그러나 이 고개 이름을 한자로 옮겨 적으면서 ‘빼’를 ‘빼어나다’로 해석하면서
빼어날 수(秀)자를 쓴 것이라 한다.
표시판에 나오는 빼재의 또 다른 이름 ‘신풍령(新風嶺)’은
추풍령을 본 떠 바람도 쉬어 넘는 새로운 고개라 해서 지어진 이름이라 한다.
자욱한 안개에 사진조차 희미하다.
붉게 핀 나리꽃이 웬지 처연하게 느껴지는 것은 나에게 다가올 비극(?)을 예감하기 때문일까?...
수정봉을 지날 때쯤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데 이미 땀에 젖은 몸,
우의를 착용해도 마찬가지,비에 젖으나 땀에 젖으나 마찬가지...
시원하게 비를 맞으며 걷기로 한다.
호절골재를 지나며 일차 금봉암쪽으로 10여분 알바를 하다 다시 대간길을 찾아
올라와 걷는데 자욱한 안개에 앞은 보이지 않고 무성한 억새와 싸리나무를 헤치며
길을 찾는데 애를 먹는다.
내용도 없는 표식기를 발견하곤 희미한 사람의 흔적을 찾아 발밑을 더듬어 헤멘다.
삼봉산을 지난후에 우측으로 급경사를 떨어져야 한다는 소리가 뇌리에 각인되어있기
때문일까,미끄러운 너덜길을 내려가면서도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지못하는데
결국 가파른 내리막에서 두어차례 엉덩방아를 찧고야 만다....
이미 산행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지만 다시 대간길을 찾아 올라가기도 힘든 상황,
다치지만 말고 산을 벗어나길 위해 조심조심,더듬어 내려가다 이상한 느낌에
오른쪽 아홉시 방향을 바라보니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듯하다...
이 무슨 전설의 고향이란 말인가...10여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희미한 빛을 발하는
사각의 모양이 내 생각에는 꼭 방문처럼 보이는데 이 깊은 산중에 민가가 있을리는 없는데...
드디어 도깨비에도 홀려 보는가?... 에라...한번 죽지 두번 죽는가, 심호흡을 하고
커다란 바위를 넘어 가까이 다가가니 지붕의 추녀선이 헤드렌턴 불빛에 보인다.
내가 본 것은 절집 높은 곳에 있는 삼성각의 불빛이었고 이 불빛을
보지 못했으면 하염없이 계곡의 너덜을 헤메일뻔 하였다.
산중의 고요한 밤, 번쩍이는 후레쉬의 불빛이 이 곳의 평온을 어지럽힐것 같아
사진 한장 찍지못하고 山寺의 한쪽 처마 아래에서 날이 밝길 기다린다....
30여분의 시간이 흘렀을까?...대웅전 앞마당을 방문하는 부지런한 새를 구경하다
하늘이 희끄므레 밝아 오는듯하여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 산문을 나서
마을을 찾아 내려간다...
사과와 인삼밭을 지나 터덜터덜 아스팔트 포장길을 걷는다....
오랫만에 도라지꽃을 만나는구나....
호두나무도 본적이 오래되었고....
이때쯤 현기군에게서 전화가 온다,어디에 있느냐고...
소사고개에서 아침식사중이니 택시타고 오라는 명철님의 말씀에
염려 마시고 산행하시라 하고는 전화를 끊는다...
염려하여주심이 고맙습니다...
위의 노란 원에서 알바를 시작하고 아래 노란 원에서 아침식사, 붉은 원이 소사고개...
개울가에서 라누탕으로 아침을 해결한다...
114에 전화번호를 물어 고제택시에 전화를 하지만 받지를 않아 면소재지까지 10여km의
아스팔트 길을 걸어~걸어 간다...
평화로운 들과 길가의 호박잎도 감상하고...저 호박잎 몇장 따다가 밥위에 쪄서
쌈 싸먹으면~흐미~맛 있을텐데....
고제면의 파출소에 들어가 커피 한잔 얻어 먹으며 형편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받고자 하지만 민중의 지팡이 대한민국 경찰에게서는 커피가 고작인듯 하여
달콤한 휴일을 즐기고 있을 고향의 친구에게 전화를 하여 여차저차하니
나를 부항령까지 태워다 줘야겠다고 호출을하고 시간여를 기다려
친구의 차를 타고 부항령으로 가던중 덕산재에서 쉬고있는 선두를 만나 함께 걷는다...
흥~졸지에 선두그룹에 끼었구나...
신발은 젖고 아스팔트길을 오래 걸어 발바닥도 편치않아 그만 걷고
싶지만 어찌할것인가....걸어야 하는 것을...
하늘말나리...
덕산재와 부항령의 절반쯤 걷고나서 선채로 간식을 조금 먹는다...
덕산재에서 일행과 합류하여 두시간을 걸어 부항령에 도착한다.
(이 지역 사람들도 부항령은 잘 모르고 삼도봉터널이라 해야 이해한다)
애고~초대형 알바를 하고 피곤한 몸, 길 옆의 배수로에서
비와 땀으로 젖은 몸을 개운하게 씼고 창석씨가 준비해 온
음식으로 배를 채우곤 돌아오는 버스에서 잠에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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