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때 늦은 신년산행(지리산종주)

갱섭이 2012. 1. 9. 13:11

 

 

 

2012신년산행 지리산 종주

2012년 1월 7일~8일

 첫째날 성삼재~세석대피소 23.5km 13시간

둘째날 세석~천왕봉~백무동 12.9km 8시간

 

 

전년 12월은 모산악회를 따라서 고치령에서 죽령까지 소백산구간을 남진한것뿐,

제대로 산행 한번 못하고 게으름 피우다 해가 바뀌어 신년산행을 하려고  미리 예약한

 세석대피소에서 1박할 예정으로 배낭을 챙겨 함께 가기로한 행복한사람님을 수원에서 픽업하여

밤길을 달려 뱀사골 아래 인월면에 차를 세워놓고 택시를 이용하여 성삼재에 도착한 시간이 새벽 다섯시.

걸음을 재촉하여 노고단대피소에서 이른 아침을 먹고 노고단재에 오르니 동쪽하늘에 여명이 붉게 물들고있다.

산아래 인월마을의 오늘 기온이 영하10여도....

하지만 산마루금엔 바람이 없어 그리 춥게 느껴지지않아 걷기에 좋은  날씨이다.

삼도봉을 지나 화개재까지는 걷기좋게 눈이 다져진 비단길의 연속, 조금 속도를 내어 걸어본다.

 

 

노고단과 돼지령의 여명 ▲▼

 

 

 

함께 걷는 행복한 사람님...

 

 

연무로 가득찬 계곡위로 섬처럼 솟아오른 낮은 봉우리들...

 

 

 

 

피아골 삼거리를 지날때 일출이 시작된다.

집에 있었으면 아랫목에서 뒹굴며 게으름을 피우고 있었을텐데

 부지런떨고 길을 길을 나서니 멋진 풍경을 보는구나....

 

 

 

 

뽀드득 뽀드득 눈밟는 소리와 지지배배 새소리 감상하며

눈이 다져져서 오히려 걷기 좋은 너덜 길을 걸어 도착한 임걸령,

시원한 물 한바가지로 목을 축이고...

 

 

 

눈 아래 펼쳐진 멋진 풍경에 발걸음은 자꾸 느려져 간다....

 

 

▲ ▲ 삼도봉에서 뒤돌아본 걸어온 능선...

 

 

 

 

▲ 계곡은 연무로 가득하지만 하늘은 구름 한점없이 맑아

멀리 남해섬의 산봉우리와 광양제철소의 굴뚝연기까지 보인다.▼

 

 

 

여덟달만에 다시 알현하는 천왕봉, 그저 반갑기만하고...

 

 

 

약 육백여개의 계단을 내려와 화개재에 도착하고...

 

 

 

 

 

 

지루한 토끼봉과 명선봉의 비탈길을 걸어 연하천에 도착,

준비해온 떡국을 끓여 점심을 해결한다.

 

 

▲ 연하천의 풍경...▼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이 원 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 빠지려면

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 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 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굳이 지리산에 오려거든

불일폭포의 물방망이를 맞으러

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오고

벽소령의 눈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고

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지리산에 오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고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만 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지리산의 베짱이 시인  이원규의 시 한수 되뇌이며  벽소령을 향한다.

 

 

 

지난 봄엔  동의나물의 노란꽃이 화려했던  벽소령 가는 길...

 

 

 

형제봉에서 한결 가까워진 천왕봉과 영신봉과 낙남정맥능선너머 촛대봉을 바라보며

한숨돌리며 쉰다.

 

 

 

형제바위의 인기모델 두그루의 소나무....▲ ▼

 

 

 

벽소령대피소에서 잠시 쉬자니 세석가는 산객들은 어서 출발하라는 재촉이 자심하다...

어련히 알아서 갈까봐서....혀를 차며 다시 길을 나선다.

 

 

덕평봉 가는길...▲ ▼

 

 

 

천왕봉을 배경으로...▲

반야봉도 돌아보며 서둘러 걷는다.

 

 

해도 지기전에 천왕봉 위로 둥근 달이 떠있구나...

 

 

우연히 알게된 자칭(?) 설악산 산악회 고문겸 대장이란 분과 함께 갔는데

말과 다르게 조금 걷다 오분만 쉬자고 연실 졸라대니 만만디 느림보 산행으로 바뀐다.

 

 

 

 

▲ 신새벽에 길을 나섰건만 어느새 서산아래로 해가 내려앉는다...

석양에 물들은 세석평전...▼

 

 

 

 

세석대피소에 도착해 저녁을 지어먹는동안 어두운 밤이되니 기온이떨어져

손이 얼어터질듯 시립다.

정전사태이후의 에너지 절약때문인지 대피소 실내온도를 18도로 유지하니

예전에는 겨울에도 더워서 팬티바람으로 자던 대피소의 밤이 잠을 설칠 정도로 서늘하구나...

산길 멀리 걸어온 산객들 피로를 조금이라도 풀어주려면 잠자리가 따듯해야 할텐데

국공파의 탁상행정이 이런 정도라니....

오전 여섯시경 일어나 추위를 피해 취사장 한켠에서 라면과 햇반으로 아침을 해결하곤

일곱시 삼십분쯤 시작된다는  일출을 보기 위해 촛대봉엘 오른다.

 

 

세석평전의 여명▲

 

 

촛대봉을 오르다 뒤 돌아본 세석대피소는 어둠에 갇혀있고...

 

 

 

여명....

 

 

겨울밤 깊은 잠에서 깨어나는 천왕봉...

 

 

일출의 시작...영롱한 보석처럼 찬란하게 솟아오르는 태양, 참 아름다워라...

 

 

 

 

언제보아도 가슴 벅차오르는 지리의 일출을 맞이한다....

 

 

 

나 스스로를 돌아 볼 때 德이라곤 없는 경박한 위인이건만 일출을 보기위해

지리산에 올 때 마다 놓치지않고 일출을 보았으니 그저 이 곳의 산신령에게 고맙기 한량없고...

 

 

아침햇살에 젖어드는 지리능선...

 아침해를 맞이하는 촛대봉의 산객들 ▼

 

 

영신봉에서 시작되는 낙남정맥 위로 포근하게 비추이는 아침햇살... 

 

 

 

▲ 촛대봉을 뒤로 하고 길을 나서 삼신봉과 연하봉을 지나 장터목에서 행복~님이 준비해 온

고기무침을 볶아 술 한잔 나누며 꺼 두었던 휴대전화를 켜니 조금 전 고향친구에게서 전화가 와 있었다.

전화를 거니 이곳을 향하여 지금 망바위를 지나고 있단다. 함께 산행을 하고자 아침도 건너뛰고

신새벽에 길을 나선 친구가 고맙다. 워낙 잘 걷는 친구이니 2~30분이면 도착할터....

라면과 햇반을 준비하고 기다려 반갑게 만나고 식사 후에 함께 산행을 한다.

 

 

 

날씨가 너무 좋아 연무가 가득함에도  남해 바다까지 보이는구나...

 

 

 

 

 

연하선경에 취한 두사람....걸음을 멈추고 주변 풍광을 감상한다.

 

 

 

 

 

 

마루금의 거센 바람에도 꾿꾿하게 서 있던 연하봉의 고사목,

이젠 세월의 흐름따라 쉬고 싶어진걸까?...하얀 눈이불을 덮고 누워있다.

그래, 이젠 서서히 부스러지며 자연으로 돌아가겠지...

아름다운 경치에 즐거웠던 마음이 숙연해진다.

삶과 죽음을 주제로 담아두었던 지난번 종주때 같은 자리에서의 모습.

 

 

 

 

순하디 순한 장터목 가는 길...▲ ▼

 

 

 

▲ 장터목대피소와 제석봉, 너른 마당의 한가운데 양팔 벌리고 서서 마천골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실린 대지의 기운을 마음껏 들이 마신다.

아!~ 온 몸에 새로운 힘이 솟는다.

 

 

 

제석봉의 고사목지대를 지나

 

 

 

 

통천문을 지나 仙界로 들어간다.

 

 

 

▲ 仙界의 풍경...쪽빛 하늘이 아름답구나...▼

 

 

 

▲ 최후의 처녀림 이라는 칠선계곡 내려가는 곳엔 문(?)이 단단히 닫겨있고

몇몇 산객이 보이는 천왕봉.▼

 

 

 

정상석을 포옹하는 그대는 행복한사람....

 

 

▲ 반야봉을 배경으로...

남덕유의 동봉과 서봉에서 향적봉까지의 덕유산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오고

그아래 고향의 황석산과 기백산이 희미하다... ▼

 

 

 

▲상봉에서 반야까지 지리능선이 장쾌하게 펼쳐져 보이누나...

어느해 가을의 천왕봉 일출... ▼

 

 

 

 

간단하게 정상주를 나누고....

기념으로 사진 한 컷...행복한이,친구,그리고 역시 꺼벙한 나.

 

 

 

지리 서부능선의 만복대와 정령치도 바라본후 제석봉을 거쳐 장터목으로 돌아온다.

.

 

 

▲ 제석봉의 장군바위

 

 

다시 천왕봉을 돌아보고...언제 다시 올 수 있으려나....

 

 

백무동 가는 길....

 

 

 

계곡으로 접어들면 보이지않을 반야봉도 다시 한번...

 

 

 

참샘의 시원한 물 한모금 마시고...

 

 

 

백무동 하산길

 

숲으로 구만리 하늘을 가리고

통곡의 폭포에서 물맞는 여자

오호라 지리산 너로구나

수만 가닥 길들이 고향으로 가건만

살아서 들어가지 못할 나라 아득히 굽어보며

떠도는 산바람에 그리움 사무치는

오호라 지리산 너로구나

무심히 황혼 속을 내려가는 사람들

허기진 가슴팍 무섭게 떠미는

오호라 지리산 너로구나 너로구나

욱욱청청 우거진 역사의 산준령

무량수불 말씀도 와르르 쏟아내며

죽음의 핏방울을 수맥으로 바꾸는

너로구나 지리산 너로구나

사람아, 사람아

버린 것들 속에 이미 버림받음이 있다

천리로 방송하고 만리까지 가소사

내 등짝 떼밀며 만 골짜기 우뚝 선

지리산, 지리산 너로구나

    

                                                      故  고 정 희 시인의 "지리산의 봄" 중에서....

 

 

다소 지루하달 수 있는 너덜길을 따북따북 내려와 백무동에 주차되어 있던

친구의 자동차로 인월로 이동하고 인월장터의 순대국으로 늦은 점심을 해결하곤

부지런히 고속도로를 달려 집으로 돌아온다.

이틀여의 산행을 함께 한 행복한 사람,과

군복무 중인 아들이 휴가온 모처럼의 휴일에 산행을 함께 한 고향친구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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