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 천상의 화원을 걷다
2017년 7월 30일 구름많음
어의곡~비로봉~국망봉~늦은맥이~율전
약 15km 8시간30분 소요
오래전 자유인14기로 대간을 함께 걷던 산우들과 함께
소백산 산행을 하기로 하고 중부 만남의 광장에서 합류해서
충북 단양군 가곡면 어의곡리에 도착한 시간이 오전 9시 조금 넘은때,
마을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등로에 접어드니 붉은백합이라 부르기도 하는
참나리가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골짜기를 흐르는 맑은 물의 청아한 소리를 들으며 울창한 계곡으로 접어들어....
고사리과의 관중도 싱싱함을 뽐내고...
시원한 맥주도 한모금씩 나누어 마시며 목마름을 달랜다.
미역취와 산수국.
어의곡에서 비로봉으로 오르는 코스는 경사가 급하지않고
부드러워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인데 오늘은 인천에서 왔다는
여성 사인조외엔 만난 산객이 없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기때문일까?...
마루금에 올라서니 등로는 더욱 순해지고 습기 듬뿍 머금은 숲에는
여러가지 버섯들도 자라고...
숲을 감싸고 돌아드는 구름인가?...
백합과의 여로도 꽃을 피우고...
말나리는 건너뛰자....
오늘 유일하게 만난 흰일월비비추...
신경써서 담아올것을 대충 찍었더니 손이 흔들렸나보다,
보기좋게 모셔왔어야 하는데 미안하고 아깝다.
꽃은 시호와 비슷한데 잎은 물양지꽃과 비슷하고...
어려운 야생화의 세계....
마루금에 올라서니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온다
"생각하는 것은 바람이 하는 일
바람을 묶었던 매듭을 푸는 일
바람이 내게로 불어오면
지금 누군가가 나를 생각하고 있나니
다가오는 손길따라 가슴 열리고
열린 가슴 위에 물결이 일고
가벼워진 내가 일렁이네
생각하는 것은 그에게로 가는 일"...
뒤로 떨어져 홀로 걸으며 잠깐 想念에 빠져든다.
소백산을 점령한 둥근이질풀, 그리고 일월비비추...
소백이 가꾸어 놓은 화원 위로 구름의 강이 흐르고...
야생화들이 펼쳐놓은 비단길을 걷는 이 즐거움을 어떻게 표현할까...
가장 최근에 이곳에 온 것이 2011년 12월 20일...
그 겨울 가장 추운 날 칼바람을 맞으며 고치령에서 죽령까지 걸었었지...
지난 추억을 되새기며 걸어 비로봉에 이르렀다.
아래 사진은 그 겨울의 비로봉오르는 능선...
쳇, 죽으면 늙어야지...
한 늙수그레한 산객에게 우리 인증사진을 부탁했는데
산행기를 올리며보니 사진이 없다.
찍을때 손을 보고 있었는데 셔터를 누르는 움직임이 없어서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확인을 안한것이 불찰이다.
나야 워낙 사진에 꺼벙하게 나오는 관계로 사진에 담기는걸 피하지만
일행에겐 정상석에서의 인증사진이 없으니...
소백의 구릉 위로 자유롭게 춤추는 구름을 한참동안 구경하다...
연화봉 가는길....
이쪽은 국망봉 가는길....
소백의 정상에 꽃피운 쑥부쟁이 한송이.
부채붓꽃도 멀리서 당겨보고...
나물의 제왕이라는 어수리도 꽃을 피웠다.
앞서가는 일행을 따라나서며 등로옆 풀숲을 살펴보는데
아니....이것이 무었인가?...
사실 2~3주 전부터 설악 서북능선을 가려했던것이
일명 에델바이스라 부르는 왜솜다리를 만나고 싶어서였는데
소백의 능선에서 그 꽃을 만나다니...
정말로 자연은 경외스러워라...
소백에도 솜다리가 있었는데 사람들이 밟고다니고 일부는 캐어가서
거의 멸종된것으로 알려졌는데 사람들의 출입을 금하니
스스로 다시 살아나서 이렇게 눈에 띄는 곳까지 번식을 하였구나...
솜다리의 꽃말은 "소중한 추억"
아래는 지난 6월 6일 설악 공룡능선에서 모셔온 산솜다리...
산솜다리의 잎은 짧고 끝이 둥그스러운데
왜솜다리의 잎은 조금 더 길고 뽀죽하다.
둥근이질풀도 몇커트 담아보고...
지금은 취해야 할때...
술에....
사랑에....
아름다운 음악에....
그리고 저 예쁜 꽃들에...
한번쯤 취해서 비틀거린데도
그대를 나무랄 사람 아무도 없으니
마음껏 취해 보세요....
아름답고 귀한 꽃들의 아름다움에 취해서 걸음은 느려지는데
일행은 저만큼 멀리가셨네...
털중나리와 이질풀, 그리고 비비추 가득한 화원을 지나...
이친구는 내가 가진 야생화 사전에는 아니 계시네...
울창한 숲과 초원, 가득피어있는 아름다운 꽃을 마음껏 즐기고...
돌아보는 능선 위엔 구름이 춤을 춘다.
산톱풀과 꼬리풀이 잘 어울렸다.
국망봉 가는 길은 원추리꽃길...
소백의 능선에서 풍광이 제일 아름다운 국망봉구간을 걷는다.
비로봉에서 담지 못했던 인증사진도 담아보고...
상월봉 넘어 이어지는 대간길은 갈곳산,선달산으로 이어지고
코발트색 파란하늘이 상쾌하다.
한 여름의 싱싱한 숲속을 걸어
대간길과 헤어지는 늦은맥이재에 이르러
어의곡리로 하산한다....
맑은 공기 폐부 깊숙히 들이마시며 시원하게 흐르는 물소리와 함께...
부지런히 걸어 절반넘게 하산했으니 시원한 계곡물에
뛰어들어 알탕을 감행한다.
한여름 복중인데도 물이 차가워 종아리가 시려워라...
산행하며 흘린땀, 깨끗하게 씻어내고 새 옷으로 갈아입으니
개운한것이 날아갈듯 몸이 가볍다.
아름다운 계곡 맑고 시원한 물소리들으며 걸어
즐거운 산행을 마치고
근처 음식점에서 맛난 음식과 두어잔의 소맥에 행복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온다.
왕복 운전에 수고하고 함께 걸어준 순옥씨, 달희씨 내외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