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봉 산행
2017년 7월 8일 흐리고 비온후 갬
성삼재~노고단~반야봉~화개재~뱀사골~반선
약21km 04시~14시 10시간 소요
며칠전부터 시작된 장마가 꾸준하게 비를 뿌리는게 아니고
날이 맑다가도 갑자기 폭우가 내리곤 해서 산에 가기가 망설여지는데
지리산의 여름꽃들도 보고싶고
댓재에서 두타,청옥을 오른후 학등능선으로 하산하면서
무릉계곡 위로 춤추는 운무의 향연도 보아야하고
설악 서북능선의 바람꽃과
왜솜다리,솔체꽃도 보러 가야하는데....
몸은 하나인데 갈 곳은 많으니 미루지말고
지리산 반야봉이나 다녀오자 마음먹고
비맞으며 걸을 생각으로 퇴근후 가볍게 행장을 꾸려
용산역에서 20시50분에 출발하는 구례행 기차를 타려고
표를 사려하니 이런, 좌석표는 매진이고 입석표밖에 없단다.
구례까지는 제법 먼 거리라 서서 가기는 좀.....
망설이고 있으니 매표원 입석표를 끊어주며 4호차가 카페열차니
먼저가서 자리잡으라고 알려준다.
카페열차라기에 맥주나 한병마시며 가려했더니 따로 좌석도없고
영업을 하지않으니 맨 바닥에 먼저 자라잡는이가 임자라...
제법 많은이들 틈에 한자리 차지하고 가다 수원역을 지나니
자리가 많이비어 길게 드러누워 편하게 자리잡는다.
새벽를 달려 도착한 구례역...
비온다는 예보에도 배낭을 메고 내리는 산객이 삽십여명쯤....
대부분의 산객들은 대기하고 있는 시내버스를 타고 떠나고
택시를 일인당 만원에 합승으로 네명이 타고서
성삼재에 도착하니 휴게소간판만 환하게 불을 밝히고....
어둠 속으로 걸음을 옮긴다.
깜깜한 밤에 산길을 걷는게 무섭지 않느냐? 며
물어오는 이웃들이 더러 있는데 겁은 잃어버린지 꽤 되었고
홀로 걷는 외로움은 초월한지 이미 오래인걸....
노고단 가는길, 여기쯤에 산딸나무 두그루가 있고 지금 그 꽃을 피울때 인데...
이리저리 불빛을 비추이니 저만큼 하얀 꽃을 피운 나무가 보이네...
오랫만에 산딸나무꽃을 만난다.
안개와 어둠속을 걸어 노고단대피소에 도착해 준비해온 주먹밥으로
아침요기를 하고....
희미한 안개속에~~
라고 시작하는 어느 가수의 노래를 흥얼거리며도착한 노고단재....
이 밤중에 무엇을 지키려고 지킴이가 있을까?
여기서부터 지리의 화원이 시작되는데...
한바퀴 돌아서 찾아낸 솔패랭이...
원추리,모시대,이질풀,동자꽃....기대 했던 꽃들이 보이지 않는다...
내가 꽃때를 맞추어 오지 못하였구나...
챗, 지킴이에게 탐방예약 확인을 하고서야 노고단 정상을 향한다....
보이는것은 안개뿐....
꿀풀과 기린초....
멀리서 하얗게 피어있는 저 꽃은 잎을 보니 누룩치인듯...
어수리,궁궁이등 비슷한 꽃도 많아라...
지리십경중 하나인 섬진청류를 바라볼수 있는 전망대에서 보이는 것은
안개의 바다...
어두운 새벽부터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는 작은새...
예쁜 노래소리 고마워,
자네의 노래를 들으려 먼길을 왔다네...
다시 노고단재로 내려와 반야봉을 향해 걷는다.
아래는 몇년전 같은 장소에서 바라본 반야봉의 여명,
또 다른 해의 같은 장소....
안개가 늙으면 비가 된다더니 여기서 부터는 가늘게 비가 내린다.
이미 몰아치는 안개바람에 축축해진 몸,
땀에 젖으나 비에 젖으나 매한가지...
시원하게 비를 맞으며 걸어간다.
원추리,범꼬리,기린초...싸리잎에 내려앉은 물방울도 하나의 꽃이어라....
꿩의 비름...
피아골삼거리를 지나는 시간이 오전 7시쯤...비가 더 굵어진다.
임걸령샘물 한모금 마시고...
일월비비추, 당신은 왜 고개를 돌리셨나요?...
어두침침한 등로가 환하게 피어있는 물레나물,
그리고 생긴것과 다른 이름의 노루오줌...
노루목을 지날때 비는 더 굵어져 폭우 수준이다.
몸에 부딪히는 빗방울이 차가워 이미 젖은 몸이지만 비옷을 걸친다.
반야봉 가는 길...
지리산의 모든 기운이 시작된다는 반야봉,
여기서 바라보는 천왕봉과 지리능선도 볼만하고
여러방향으로의 조망이 훌륭한 곳인데 오늘은 조망 제로...
비 내리지만 한쪽 바위에 걸터앉아 준비해온 커피
따듯한 자메이카불루마운틴의 향을 즐긴다.
이정표 뒤로 들어가면 묘향대를 거쳐 중봉골의 원시림을 지나고
이끼폭포로 갈 수 있는데 내리는 비의 수량이 심상치 않아
걸음의 방향을 화개재쪽으로 바꾼다.
울창한 숲의 나무잎에 떨어지는 빗방울소리를 즐기며
반야의 원시림속을 걷는다.
경남,전남,전북의 경계가 만난다는 삼도봉을 지나는데
비에 젖지않도록 조심해서 다루었건만 카메라에 물이 들어가
점점 사진이 희미해져가더니 화개재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결국 먹통이 된다.
예전에 화개재를 지날때 담아두었던 화개재의 모습들...
화개재에서 뱀사골로 내려가는 등로를 정비하는 공사를 하시는 분들이
우중에도 일을 하고 계셔서 비오는데도 일을 하시냐? 물으니
비에 젖는거나 일을해서 땀에 젖으나 한가지라 답하신다.
예전의 뱀사골 대피소 자리에 지어놓은 작업자들을 위한
초막의 처마에서 비를 피해 간식을 먹고 배낭에 넣어온
다른 카메라를 꺼내 비에 젖지않게 비닐봉지로 감싸고...
빗줄기가 훨씬 가늘어진 뱀사골의 너덜길을 내려간다.
신발은 이미 물어 젖어 미꾸라지 두어마리 들어있는듯...
계곡물이 넘쳐 등로에도 작은 시냇물이 흐르고 그리로 철벅철벅 걷는다...
평소에는 맑은 물이 흐르던 간장소에 거친 탁류가 흐른다.
뱀사골에서 쓴 편지
남원에서 섬진강 허리를 지나며
갈대밭에 엎드린 남서풍 너머로
번뜩이며 일어서는 빛을 보았습니다
그 빛 한 자락이 따라와
나의 갈비뼈 사이에 흐르는
축축한 외로움을 들추고
산목련 한 송이 터뜨려놓습니다
온몸을 싸고도는 이 서늘한 향기,
뱀사골 산정에 푸르게 걸린 뒤
오월의 찬란한 햇빛이
슬픈 깃털을 일으켜 세우며
신록 사이로 길게 내려와
그대에게 가는 길을 열어줍니다
아득한 능선에 서 계시는 그대여
우르르우르르 우레 소리로 골짜기를 넘어가는 그대여
앞서가는 그대 따라 협곡을 오르면
삼십년 벗지 못한 끈끈한 어둠이
거대한 여울에 파랗게 씻겨내리고
육천 매듭 풀려나간 모세혈관에서
철철 샘물이 흐르고
더웁게 달궈진 살과 뼈 사이
확 만개한 오랑캐꽃 웃음 소리
아름다운 그대 되어 산을 넘어갑니다
구름처럼 바람처럼
승천합니다
고 정희
지리산의 봄 중에서
이끼폭포 가는 중봉골 입구를 국공파들이 튼튼한 철제 펜스로 막아놓았다.
맑은 날이면 어떻게든 저 펜스를 피해 넘어오겠지만 오늘처럼
궂은날엔 피해가기가 상그럽겠다.
중봉골에서 내려오는 물줄기가 제법 사나워 돌아오길 잘했구나...
내리던 비가 그쳐 갑갑하던 우의를 벗으니 날아갈듯 시원하다.
설악산의 다람쥐는 가까이 다가와 포즈도 취해주던데
지리산 다람쥐는 시골스러워 인기척만 나면
달아나니 커메라에 담기 까다롭구나...
쉬지않고 6km쯤 걸었다.
흠뻑 젖은 신발로 걸으니 발도 불편하고,,,
쉼터를 만난김에 엉덩이를 붙이고 간식으로 심심한 입을 달랜다.
나무사이로 와운마을 들어가는 다리가 보이는데
평소에는 하산객들 태우러 택시 두어대가 늘 대기하는 곳이건만
그만 걷고싶은 마음일때는 그마져도 아니계시네,
앞으로 2km는 더 걸어야겠구나....
어찌할것인가,끝까지 걸어낼수밖에...
피할수 없으면 즐기라 했던가?
흐르는 물과 계곡경치 감상하며 반선마을까지 걸어
시원하게 내리는 비와 함께한 우중산행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