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성삼재~여원재(3회차)

갱섭이 2010. 7. 12. 21:18

 

             백두대간종주 3회차

성삼재~만복대~정령치~고리봉~고기삼거리.

(수정봉~여원재)

2010년7월11일(비,또비,그리고폭우)

 

남부지방에 많은 비가 내릴것이란 기상청의 예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일정이 짜여져있는

성삼재~여원재구간을 걷고자 성삼재에 도착하니 안개인지 구름인지 잔뜩 찌푸린날씨에 하늘에선

빗방울이 제법 굵게 내린다.모두 우장을 챙겨 만복대를 향해 철문안으로 걸음을 옮긴다.

(성삼재주차장에 내려주어도 될터인데 차를돌려 철문앞에 내려주는 성의가 괘씸하다.ㅎㅎㅎ)

성삼재에서 동진하는 주능선종주는 여러번 하였고 백두대간에 위치하는 다른산들도 몇몇곳은 다녀왔지만

 이제부터 처음 걷는곳이고 여러해동안 걷고싶어했던 대간길에 발을 들여놓는 것이다.

 

걷는다는 것은

                                               성  수  자 

걷는다는 것은 바람의 속살을 만지는 일이다.

걷는다는 것은 흙의 촉감을 느끼는 일이다.

걷는다는 것은 풀잎의 눈짓을 알아보는 일이다.

오감의 촉수를 열고 심호흡한다.

 

발걸음이 절로 가벼워 진다.

따라오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삶의 밑그림이 시야에서 퍼진다.

양팔을 들어 올려 흔들며 걷는다.

 

합일하는 몸의 자유와 발걸음의 자유,

무한대의 희열이 순한 눈길로 열린다.

걸으면서 내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느낀다.

길은 걷는 자에게 한없이 온유하다.

 

걷는자에게 마침내 속내를 내 보이며 길이 말을 걸어온다.

걷자.

경쾌한 길이 열려있다.

신발끈을 조이고 다시 출발선이다.

 

성삼재에서 작은고리봉을 오르는 길은 등산로가 잘다듬어진 지리 주능선과 달리

나무,산죽,싸리나무등이 우거진 터널속을 걷는것 같아 비에 젖은 나무가지들이

온몸을 휘감아오니 우장을 걸친것도 곧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우장의 모자는 자꾸 내려와 헤드렌턴의 불빛을 가리니 한손은 연실

모자를 끌어올리느라 바쁘고 일행의 중간에 끼어있으니 앞선이를

따라가느라 걸음은 한없이 바쁘다.

 

△어둠속에 도착한 작은고리봉,잠깐 숨을 고른다.이후

묘봉치를 지날때부터는 후미로 처진다.

△까치수염꽃이 어둠속에서 하얗게 보인다.

중나리꽃이 너무 예쁘다.혼자 걷는 길이라면 한참 이꽃과 놀다 갈터인데....▽ 

 

△후레쉬를 터트리지 않고 렌턴 불빛으로만 찍었더니....등로엔 빗물이 고여 신발에

물이 들어와 질퍽한채 숲길을 걸어간다.▽

 

만복대 오름길....불과 몇발자욱앞까지만 보인다.바람이 얼마나 거세게부는지 저절로 떠밀려 걸음이 옮겨지고

얼굴에 부딪는 빗방울이 아프다.

 

 

 

어둠과  빗속에 카메라 들기가 귀찮아 작고 예쁜 꽃들을 그냥 지나침이 아쉽다.  

 

 

만복대지나 어디쯤일까? 모양좋은 소나무 한그루....참나무등걸엔 요란한 색갈의 버섯이 자라고....

 

정령치 내려가는 계단인가보다. 저만큼 앞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리는데

아마도 강대장의 소리가 아닐까?...

 

 

빗속의 정령치휴게소, 앞선 대원들의 모습이 너무나 반갑구나...

가야할 고리봉쪽 능선은 구름속에 잠겨있고.....

 

 

 

△산내면쪽과 주천면쪽▽ 만복대 오름길에서부터 뱃속에서 무어라도 채워달라는 아우성이

시작되었었는데 어디 엉덩이 붙일곳도 없어 선채로  햄버거 하나와 김밥 몇쪽으로 꼬르륵 소리를 잠재운다.

 

고리봉오름길에서 만난 엉겅퀴꽃이 우중에서도 화사하구나.봄에 돋는 가시가 있는 뿌리잎을

뜯어서 나물로 먹기때문에 가시나물이라고도 한다.

 

며칠전 급한 성미덕분에 발을 다쳐 걷기가 불편하고 작은키에 80kg이 넘는 몸무게를

자랑하니 자연 걸음은 느리고...주제도 모르고 健脚들 틈에 끼어 산행을 하겠다고 나섰으니

황새를 쫒아가는 뱁새꼴이라...마침 근처가 고향땅이고 얼마전 대간홀로종주를 마친 고향친구가

두어번 같이 산행을 하여 내 걷는 솜씨를 아는지라 (너 하시라도 낙오하면 전화해라,추풍령까지는

나의 바운더리이니 택배를 해주겠다!)라고 한 말이 생각이난다....혼자 낑낑대며 고리봉 오름길을

오르며 고민에 빠져든다.그야말로 진퇴양난, 계속 걷자니 선행자들에게 심한 기다림의 선물을 계속 드릴 것같고

그만 두자니 체면 문제라(매월 둘째토요일 친구들 모임에 나,산에가느라 내년까지 참석못한다. 라고 선언했으니...) 어쩌지.....

 

마음속의 고민과는 상관없이 꽃은 아름답고 숲은 싱그럽다.

 

 

고리봉에서 똑바로 걷지말고 좌측으로 가라는 말씀이 계셨겠다.......

바보같은 나는 그때 왜 똑바로 걸어야지 옆으로 게걸음을 하라시나?속으로 의아해했으니 산행대장님들, 

느림보 거북이에 머리까지 단단한 나를 진부령까지 끌고가시려면 속에 열불나는 일이 잦을것 같구나...

제법 급한 경사를 내려가는데 비가 얼마나 왔으면 등로에 작은 시냇물이 흐른다.

 

낙엽송 늘씬하게 자란 마루금을 걸어간다. 저 굵은 나무가 넘어질때는 얼마나 센 바람이 불었을까?...

 

 

△나무의 휘어진 부분에 배낭을 기대고 물한모금을 마신다.

 

순간 답답하던 시야가 툭 터지며 좌측에 묘2기가 있는 공터를 지나간다.

가지가 멋지게 뻗은 아름드리 소나무,하얗게 표시함은 무었때문일까?

이제 고기삼거리로 내려서면 지리산과는 헤어지는것인가...

 

산그늘에 얼굴을 가리고 펑펑 울기에 참 좋은 날입니다.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언제 어느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기바랍니다.

다만 등산은 말고 입산하러 오시길......

등산은 정복욕과 교만의 길이지만

입산은 자연과 한 몸이 되는 상생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경쟁하듯이 종주를 하다보면

보이는 것이라곤 앞 사람의 발 뒤꿈치  뿐이지요

하지만 입산의 마음으로 계곡을 타고 흔적없이 오르는 사람에게는

몸 속에 이미 지리산이 들어와 있읍니다.

유정 무정의 뭇 생명들이 곧 나의 거울이자 뿌리가 되는 것이지요,

누구나 정복해야 할 것은 마음속 욕망의 화산이지 몸 밖의 산이 아닙니다.

 

산에 오를 때엔 바람의 방향을 따라 흥얼거리며

만만디(천천히의 중국어)오르시기 바랍니다.

그것만이 사람도 살고 산짐승도 사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바람결에 나의 냄새와 노래를 실어 보내면 멧돼지나 반달곰이나 독사들도

알아서 길을 내주지요

처음에는 향기로운 풀꽃을 따라 갔다가 상선약수의 계곡물을 따라 내려오시기 바랍니다.

바로 그곳에 그대를 기다리는 이들이 있읍니다.

 

지리산 가을 편지          이 원규

 

실제로 지리산 아래가 고향이기도 하지만 이곳엘 오면 늘 마음이 편안하다.

능선을 오르면 때로는 거칠고 힘겹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애로운 어머니처럼 

부드러움도 함께 지닌 곳이다.하나 오늘처럼 일기가 궂은 날엔 산객들을 괴롭게도 하고.... 

 

고기삼거리에 도착해 지리산능선과 헤어진다.이미 선두그룹과는 2시간정도(내 발걸음으로)벌어진것 같아

뒤따라온 묘령의 여대원을 토종닭으로 유혹,계속 진행을 포기토록한다,(저나 멈출것이지...)

총대장님, 선두에 몇분이 떨어졌다는 교신을 받고 홀로 추격에 나서신다.

제대로 걷지못한 나,송구한 마음을 금할길 없으나 그것도 잠시....

잘 삶긴 닭과 소주 몇잔에 희희낙낙.아! 인간의 간사함이여....

(실제로 평소 주량보다 넉넉하게 마심으로 실수라도 없었는지...)

 

 

 

비겁하게(?)버스편으로 여원재에 도착하니 선두는 벌써 도착해 차를 기다리고 계시다.

대단들하시고 우중에 정말 고생하셨다.

 

 

 

젖은 옷들을 갈아 입으시고.

 

알바로 고생하신 대원을 맞이한후 인월의 식당으로 옮겨 따듯한 식사와

뒤풀이 소주로 산행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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