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를 이용하여 지리산능선과 촛대봉부근에
위치한다는 청학연못을 더듬어볼 요량으로 용산역에서
오후10시50분에 출발하는 무궁화열차를 이용하여 구례역을향해 길을 나선다.
모처럼의 기차여행에의 기대랄까? 타고갈 열차의 진입에 약간의 설레임이 있구나...
구례역에 내리는 승객들, 대부분이 배낭을 울러멘 산객들이다.
어둠속에 도착한 성삼재, 운무가 온몸을 휘감고 세찬 바람에 추위를 느낀다.
화엄사에서 올라오는 길과 합류한후에 도착한 노고단대피소가 어둠속에 불을 밝히고있다.
노고단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화엄사쪽에 구름이 덮혀있구나,
노고단재에서 바라본 반야봉,일출의 빛을 배경으로부드러운 능선을 뽐내는듯하고
앞으로 펼쳐진 운해,멀리 천왕봉의 웅장한 자태가 보는이를 압도한다.
여름산은 야생화꽃밭, 도라지모싯대와 동자꽃,바디나물(?)이 지천으로 피어있다.
피아골삼거리서 바라본 질등,문바우등,왕시리봉.
마가목열매 비슷한데..........
임걸령샘터에서 집에서 준비해간 주먹밥으로 아침을 먹는다.
다람쥐한마리가 가까이 오지는않고 주변을 맴돈다. 이친구들,
인간들이 흘린 음식물에 유혹당하는 것일까?.
원추리꽃도 여러군데피어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산 전체가 꽃밭이라 불러도 될만큼 여러가지꽃들이 피어있지만 정작
이름을 정확하게 알고있는 꽃은 별로없다.
반야봉오름길에 만난 고추잠자리, 이곳은 벌써 가을의 초입인가? 하긴 내일모레가 입추이긴하다.
구절초도 아름답고,.....
반야봉정상에서,...멀리 운해위로 덕유산능선이 보이고
가야할 지리의능선과 운해뒤로 천왕봉이 우뚝서있다.
정상석을 배경으로 한컷, 선그라스로 눈을 가리니 실물보다 인물이 훨씬나아보인다.
삼도봉서 화개재로 내려간다.
내려가는만큼 다시 올라가야하는데...
화개재에서 바라본 불무장등엔 녹음이 푸르르다.
토끼봉 오르는 길이 무척 힘겹고 다시 고도를 까먹고 올라가는 명선봉오르막에 기진맥진,
거의 숨이 넘어갈 지경이다.
앞서가는 어린 여성산객두명...삼도봉서부터 배낭에 달린 물병이 비어있어서
얼마나 목이마를까싶어 잠깐 불러세운후 가지고간 자두 두알을 건네주니 반색을하고 먹는다.
(이땐 나도 임걸령샘터에서 채워간 500ml 물병두개가 바닥난뒤라...)
지난해 보수한 연하천대피소, 모습이 산뜻하다.
누룽지라면탕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형제봉넘어로 발길을 재촉하다가, 시원한 그늘의 바위에서 낮잠 한숨때리고....
에어컨이 부럽지않은 골바람에 땀도 식히고.....
아름다운 산수국에 한눈도 팔며 걸어 걸어
오늘의 목적지 벽소령대피소에 도착한다.
이몸 인터넽으로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찰떡같이 올려놓았건만 어찌 예약이 되지않았단다.
이런 제기럴, 어찌 양반이되어서 얼어죽을망정 곁불을 쬔단말인가...
한참을 망설이고 이리저리 기웃거리다가 기상청에 전화로 내일의 날씨를 물으니
지리산엔 오전에 비가 시작되어 글피까지 내린단다...
이건 울고싶은데 빰때려주는 것이라 얼씨구 하며 하산길에 나선다.
하산시작한 시간이6시30분....
어둠이 내리기시작한 숲길을 부지런히 내려간다.
아래 이정표를 조금 지난 지점, 길가 덤불이 흔들리더니 100근은 좋게나갈만한
산돼지 두마리가 튀어나오더니 내앞을 지나 길반대편으로 사라진다...
스틱으론 안되겠고 총이나 한자루 옆구리에끼고 있었으면 잡을수 있었을것을....
점점 어두워오는 산길을 걸어걸어 휴양림입구 삼거리에 도착하여 오늘의 산행을 마감한다.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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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 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 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 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 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불일 폭포의 물 방망이를 맞으러
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시라
최후의 처녀림 칠선 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 만 오시라
진실로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시라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 만 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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