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서북능선
설악,서북능선을 가다.
2017년 8월 13일 흐림
한계령~서북능선~대승령~장수대
약 12.6km 11시간 소요
설악의 서북능선에 솔나리,바람꽃,솔체,왜솜다리가 피었다는 소식을
이미 달포전에 들었는데 주말이면 비소식이 있었던 핑계로....
혹은 여러명이 어울려 다른데 산행하는등 딴청피우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다른 볼일 다 보고서야 한계령으로 걸음을 옮긴다.
모처에서 벽산아우 내외를 픽업하여 도착한 시간이 새벽한시경....
세시가 되어야 산문을 열어주니 차에서 시간을 보내다 시간맞추어
출발준비를 한다....
하늘에는 달이 휘영청 빛나고 별도 보석을 뿌려놓은듯 찬란한데....
밤 11시부터 새벽 3시반 까지 쏟아지는 유성우를 볼 수 있다고
TV뉴스에서 보았는데 우리는 가야할 발걸음이 바쁘다구요~~
참 시골스럽게도 대단히 커다란 표지석을 만들어 놓았다.
일반적으로 한계령이라 불리는 이름은 이곳에 도로를 개설할 때에
인제군 원통읍 한계리에서 공사를 시작하여서 한계령이라 부르기 시작하였다는데
고문헌과 지도에서 이곳을 오색령이라 불렀다는것이 발견되어
지명을 정정하여 옛이름을 사용하게 되었다고....
아래는 지난 몇년간 사용하던 옛표지석.
양희은 한계령
도로공사때 희생된 군장병들의 위령비를 지나 통제소를 지나며 안을 들여다보니
국공파 직원은 밤새는 것이 피곤한지 꾸벅꾸벅 졸고있다.
한계령휴게소에서는 맑던 하늘이 무색하게 짙은 안개가 산을 감싸고 있다.
안개가 늙으면 비가 된다하더니만 는개비도 몇방울 떨어지기도 하니
어둠속에 조망제로,...쉬엄쉬엄 걸어 한계삼거리에 다다르고....
귀때기청봉으로 방향을 틀어 미끄러운 너덜길을 걸어간다
지금 구름속을 걷고 있는 것이라면 우리는 신선이 아닌가?...ㅋ~
뾰족한 고사목이 귀때기청의 너덜지대가 시작됨을 알리고 있다.
내가 다치기전에 몇차례 다녀가고 오년만에 다시 거친 너덜을 만난다....
굵은 야광봉사이에 몇개씩 가느다란 야광봉을 더 세워놓았구나...
짙은 안개가 끼면 1m 앞도 보이지 않으니 몇십m 간격으로 세워놓은
굵은 야광봉으로는 부족하니 더 세워놓은것은 당연한 조치인데
황철봉처럼 로프로 연결하여 등로를 표시하는것은 어떨까?...
조심조심 걸음을 옮긴다.
발이라도 헛디디어서 넘어지기라도 하면
최소한 골절상이니....
짙은 안개(?)에 조망은 전혀없지만
숲과 고사목과 어울리니 그것도 한폭의 그림이 된다.
너덜사이의 작은 숲에서 준비해온 사골국물에 떡국을 끓여 아침식사를 한다...
산에서는 먹는만큼 걷는다 하였으니 든든하게 따듯한 국물로 속을 데우고 ...
든든하게 배도채우고 한참 쉬었으니 다시 너덜을 넘어보자....
자연은 참으로 경외스러워라...
거친 바위틈에서도 뿌리내릴 조금의 공간이라도 있으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낸다...
너덜 사이에 보라색 곷이 배초향인가?...
잎을 하나 뜯어 맛을 볼것을....
잎은 배초향 같고 꽃이 뾰족한것은 꼬리풀 같고...
꽃이 성냥알갱이 만한 얘는 이름이 무얼까?...
조심조심 걷는데다 아름다운 꽃들까지 만나니 걸음은 한없이 느려진다...
얘!... 너는 이름이 뭐니?...
물봉선이 맞니?...
여름의 산.
깊고 높은 산을 찾는 이유는 꽃이 많기때문에....
귀때기청봉의 정상에는 정상석도 없고...
대청봉에 비해 길이 험해서 찾는이가 적어도 서북능선의 커다란 봉우리인데
국공파의 괄시가 심한듯 하다...
심 봤다!.....이정표 서있는 곳의 한귀퉁이에서 용담꽃을 발견한다.
용담이 꽃을 피웠다면?.... 오대산엘 가야겠구나....
잠시 쉬며 간식으로 입을 다시곤 벽산내외에게 나는 대승령까지 가서
폭포쪽으로 하산할것이니 걸음느린 내게 보조맞추어 걷지말고
앞서 걸어서 십이선녀탕으로 가시라 떠밀어 보낸다.
롱다리로 펄펄 날아다니는 건각이니
남교리까지 걷는 것은 일도 아닐터,
장수대로 하산해서 차를 회수해 마중가면 시간이 얼추 맞을듯하다...
뒤떨어져 홀로 남으니 이제야 나의 자리...
꼴찌의 자리를 찾는다.
나는 꼴찌입니다
때로 아집이 강한 사람은
자신이 틀린 것을 알면서도
쓸데없는 자기 체면 유지 때문에
끝까지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존심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구별해야 할 것은 자존심이 아닌
자만이나 자기 체면유지에 급급하는것을
자존심으로 착각해선 안 될 일입니다.
때로는 자기를 숙인다는 것이
자존심 상하는 일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 쓸데없는 체면을 깨뜨리지 않으면
삶을 살아가는 지혜도 생기지 않고,
더 이상의 발전을 얻지 못합니다.
나를 깨뜨려야만
더 나은 지혜를 얻을 수 있으며
더 나은 지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내가 가진 것이 최고라는 자만과
내가 가진 능력이 최고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으면
나는 늘 꼴찌의 삶입니다.
늘 겸손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나를 깨뜨리는 지혜를 가졌으면 합니다.
안개속에 저만큼 앞서 가는 이들을 눈으로 배웅하고....
누런종덩굴의 열매....
이제 너덜이 끝났구나...
하지만 끝이라도 끝이 아닌것이 워낙 등로가 거칠어 온몸으로 걸어내야 한다.
계속 나를 감싸고 있던 구름이 잠깐 하늘을 열어준다.
재빨리 보이는 경치를 카메라에 담는다....
나를 이곳으로 부른....
이른 봄에 변산바람꽃부터 시작해서 만주바람꽃,
나도바람꽃,숲바람꽃,꿩의바람꽃,홀아비바람꽃,세바람꽃까지
모두 피고 진 후에 무더위를 견디고 꽃을 피우는 바람꽃....
설악 서북능선에 와야 바람꽃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고나 할까?....
여름이 채 가기도 전에 산오이풀이 꽃을 피웠구나...
왜솜다리도 만나고....
소백산에서 예상치도 않았던 만남이 있어서 반가움은 반감되었지만
아직도 꽃을 피우고 있었구나....
조그만 전망터에 올라가니 건너편 봉우리에 앞서간 벽산부부가 쉬고있다.
큰소리로 불러 돌아보게 하고서 카메라를 최대한 당기니 선명하게 담긴다...
갈 길이 머니 부지런히 가시게나....
1408봉의 내리막 계단옆의 바위 중간에 솔체꽃이 피어있다.
스틱을 아래로 던져놓고 바위에 매달려 더듬고 내려가 고이 모셔온다...
꽃사진 찍겠다고 절벽에 매달려 엉금엉금 기는것을 집에서 알면
싫은 소리 꽤나 듣겠지만 예쁜 꽃의 유혹은 이겨낼 재주가 없어요....
솔체꽃은 중북부 이북의 깊은 산에서 자라는 2년생 초본입니다.
생육환경은 습기가 많은 반그늘과 산기슭 경사지 혹은 풀숲에서 자나라며,
키는 20~50cm이고, 중앙에 있는 잎은 길이 9cm, 폭 3cm이고,
뿌리에서 나온 잎은 꽃이 필 때 없어져요.
꽃은 하늘색으로 가지와 줄기 끝에 뭉쳐서 피며,
열매는 10~11월경에 맺고 꽃자루에 붙어 있으며 갈색으로 변해 바람이 불면 바로 떨어집니다.
솔체꽃 꽃말 :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알프스지방에
양을치는 소년이 살고있었는데 그마을에 무서운 전염병이 돌았어요,
마을사람들은 수없이 죽어갔고 소년의 식구들도 전염병에 감염되었구요,
소년은 식구들을 구하려고 약초를 캐기위하여 깊은 산으로 들어갔는데
그만 지쳐 쓰러져 기절을 하고 말았읍니다.
한참후 정신을 차린 양치기 앞에는 예쁜 요정이 웃으며 바라보고 있었고
손에는 희귀한 약초가 들려 있었어요,
요정이 이 약초로 소년을 구한것이지요.
양치기 소년에게 한눈에 반해버린 요정은 온산에있는 약초들을 구해 소년에게 주어
마을사람들과 소년의 식구들을 구할수 있게 해주었는데
이 양치기 소년은 약초로 목숨을 구한 마을의 다른 소녀와 결혼을 하고 말았어요...
이에 요정은 너무나 서러워서 슬퍼하며 울다 죽고말았는데 이를 불쌍하게 여긴 신이
이 요정을 어여쁜 꽃으로 피어나게 하였는데 그꽃이 솔체꽃이라 한답니다.
그래서 솔체꽃의 꽃말은 이루어질수없는 사랑이구요,
또 다른 꽃말은 모둔것을 잃었다 입니다.
꽃과 한참을 놀았으니 쉴만큼 쉬었다.
다시 걸어야지....
구름 한번 시원하게 걷혀 마음껏 조망도 즐겨보고 싶지만
보여주는 만큼만...
그거라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즐기자....
가야할 방향에도 구름이 봉우리를 감추고
걸어온 방향으로 뒤돌아보아도 마찬가지...
하루종일 귀때기청의 얼굴 한번 못보고 가네...쩝~~
아래 사진은 지난 산행때 담아두었던 귀때기청의 모습...
건너펀의 가리봉과 주걱봉도 구름의 놀이터....
먼데 산을 안보여주면 곁에 보이는 꽃을 즐기자...
하얀바탕에 붉은 줄무늬가 있는 이친구는 "가는다리 장구채"
큰 감투봉의 235계단을 오른다...
오르다 힘이들면 쉬면서 뒤돌아 지나온 1408봉도 바라보고...
먼데 꽃도 당겨서 담기고하고....
감투봉의 사면 비탈은 자연이 벌여놓은 화원,
여러꽃들이 멋지게 어울려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이러니 내가 여기를 아니오게 생겼냐구요....
보고싶던 꽃들은 다 보았는데 때를 놓쳐 오는 바람에 솔나리는 만나지 못하였다.
무릎이 허락하면 내년에 만나러 오면 되는것, 아쉽게 생각말고
오늘 만나고 즐긴것에 감사하자....
아래는 지난 산행때 이곳에서 만났던 솔나리...
저만큼 절벽의 중간에 산오이풀꽃과 바람꽃이 그림처럼 아름답게 피어있구나...
감투봉의 내리막 맨 끝에서 금강초롱을 만난다,
꽃대가 바닥으로 늘어져 있어 꽃 한송이는 앞서간 산객의 발에
밟혔는지 꽃이 뭉개져있다...쯧쯧~~
다다음주는 무조건 오대산 산행이다,
칼잎용담과 금강초롱이 피어있을테니......
만화에 나오는 강아지 (이름이 스누피이던가?) 를 닮은 바위,
아래는 전에 담아두었던 사진.....
등로는 거친 능선을 피해서 커다란 주목이 있는 뒷 사면으로 이어진다.
꽃들과 놀면놀면 걷기도 하였지만 도대체 서북능선은 걸어도 걸어도
거리가 줄어들지 않는다...등로가 그만큼 거칠어서 그런가?....
오래된 나무들은 제 속을 비우고도 가지를 키우고 잎을 피우는데
나는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나의 욕심으로 다른이들을 힘들게 한 적은 없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울창한 원시림 속을 걷는다...
저만큼서 사람들이 목소리가 들려온다.
정말 오래 오래 걸은 끝에 대승령에 도착한다....
앞서 보낸 부부가 자기들도 대승폭포쪽으로 하산하겠다고
기다리고 있었다,
쉽게 오는 곳이 아니니 온김에 남교리까지 걸어도 되겠구만,.....
장수대쪽 등로도 국공파가 많이 다듬어 놓았구나....
커다란 전나무가 서있는 계곡을 지나서...
금강산의 구룡폭포,개성의 박연폭포와 함께
한국의 3대폭포라는 대승폭포를 구경한다...
아쉬운것은 수량이 더 많으면 좋을것을....
이곳으로 하산방향을 잡은것은 폭포구경때문이 아니라
울퉁불퉁 근육질의 이 소나무들이 보고 싶어서였다....
걷기전에 약간 무릎이 아파 걱정을 하였었는데
생각외로 산에서는 상태가 좋았던 무릎덕분에
거친 등로를 크게 힘들이지않고 걸어내었다.
기분좋게 하산하여 택시로 한계령에 세워놓은 차를 회수하여
주인장의 인심이 야박하지않은 남교리의 십이선녀식당으로 옮겨
시원하게 몸을 씻고 황태구이와 더덕구이로 늦은 점심을
맛나게 먹고 졸리는 눈을 비비며 집으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