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속리산구간 산행기
백두대간 속리산구간 산행기
2012년 9월 9일 흐리고 약간의 빗방울
늘재~696봉~밤티재~문장대~천왕봉~형제봉~갈령
대간길19.42km 접속구간1.3km 합20.62km 11시간소요
俗離山, 속세을 떠났다는 산인가? 속세를 잊게 된다는 산인가?
먼저 속리산, 광명산, 지명산, 구봉산, 미지산, 형제산, 소금강산, 자하산으로 이름이 여덟가지이고,
천황봉을 비롯하여 비로봉, 길상봉, 문수봉, 보현봉, 관음봉, 묘봉, 수정봉의 여덟 봉,
또한 대가 여덟이니 문장대, 입석대, 경업대, 배석대, 학소대, 신선대, 봉황대, 산호대이고,
돌문이 여덟 개 있으니 내석문, 외석문, 상환석문, 상고석문, 비로석문, 금강석문, 추래석문 등이라 한다.
그래서 한국의 팔경 중 하나라는 속리산, 오늘은 속리산의 비경에 취해보자...
늘재에 도착해 행장을 갖추고 어둠속의 백두대간 비석을 일별한 후
국공파의 출입금지 경고를 무시한채 금단의 지역으로 잠입하는데 숲의 향기가
향기롭게 풍겨온다,
자! 이제 걸어볼까?...
696봉인가?...일행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데 우연히 나무가지 끝에
달님이 걸려있구나...
얼마를 걸었을까? 밤티재를 지나 문장대를 향하는데 견고한 철제 펜스가 앞을 가로막는다...
여기 들어오면 안돼!...
헤드렌턴의 불빛에 하얗게 올라오는 버섯의 모습이 예쁘구나...
어느 대간꾼의 이 구간 산행기에 기어서 통과하였기에 개구멍이라 칭하였더라만
토끼굴이라는 미산의 하감사 말이 듣기에는 훨씬 아름답구나...
토끼굴을 통과하거나 바위를 기어 오르거나 둘 중의 하나를 택해야 하는데
나는 후자를 택한다,이제 등로가 거친 암봉구간에 접어들었나 보구나....
오늘 일기예보에 비소식이 있었는데 언제쯤 시작해서 얼마나 오려나?
날은 서서히 밝아오고 동녁 하늘엔 구름사이로 붉은 여명도 비추인다...
바위틈을 비집고 통과하고 나무에 올라 바위를 오르고 밧줄에 매달리고
엉덩이를 비롯해 온 몸으로 암릉을 오르는것이 아주 재미가 있구나...
흠~ 딱 내 스타일이야...
저만큼 문장대가 보인다...
많은 대간꾼들이 길을 잃고 헤메곤 하는 구간,
상주시청산악회에서 위험한 구간에는 밧줄을 설치하고 헷갈리는 지점에는
리본을 달고 빨간 페인트로 방향을 표시하는등 정비하여 길을 잃지 않고
갈 수 있도록 해 놓았었으나 국립공원관리공단 측에서 리본과 페인트를
제거하고 출입조차 단속하고 있으니 산을 사랑하는 이들이 언제나 마음 편하게
이 대간길을 걸어 볼까나...
문장대 오름길의 구절초,산상에는 가을이 이미 온 것인가...
국공파의 진법을 무사히 통과하고...
문장대에 도착한 선두의 모습이 보인다...
우리가 올라온 능선...저 울퉁불퉁한 돌멩이(?)를 넘어 왔단 말이지...
세번 오르면 극락을 간다는 문장대에 올라 사방을 돌아본다.
신선대휴게소에서 아침식사를 하곤 다시 길을 나선다.
뒤돌아본 경업대의 웅장한 암봉...
입석대 가는 길...
산상의 가을을 준비하는 가을꽃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음미하며 홀로 걷는다.
생각하는 것은 바람이 하는 일
바람을 묶었던 매듭을 푸는 일
바람이 내게로 불어오면
지금 누군가가 나를 생각하고 있나니
다가오는 손길따라 가슴 열리고
열린 가슴 위에 물결이 이네
가벼워진 내가 일렁이네
생각하는 것은 그에게로 가는 일...
산오이풀도 꽃대를 늘씬하게 뻗었구나...
입석대를 지날때쯤 왼쪽 무릎이 찌릿하며 통증이 온다.
아직 갈 길이 먼데...
조심 조심 무릎을 달래며 천천히 걷는다...
산줄기 사이 사이에 도열한 하얀 군사들을 사열하며 속리의 비경 속을 걷는다.
혼자 보기에는 아까운 풍경들...
천왕석문인지 상고석문인지 모르고 통과하는데
문장대오름의 토끼굴에 비하면 이 곳은 4차선 광폭터널이라
비올때는 여러명이 신세를 져도 될듯...
(집에 돌아와 지도를 보니 천왕석문으로 표시되어있다)
천왕봉의 헬기장에서 돌아본 입석대 주변의 경치...
천왕봉, 경기도 안성땅 칠장산까지의 한남금북정맥이 시작되는 곳,
또한 동으로 낙동강, 남으로 금강, 서로 남한강의 세갈래 강으로 나누어지는
조선3대 명수인 삼파수라 불리는 의미 큰 속리산의 주봉에 6년 만에
다시오게되었고 그때는 까만 오석의 정상석에 天皇峰이라 새겨져있었는데
정상석이 언제 바뀌었는지는 알수 없구나...
천황이란 단어가 왜색이라 바꾼것이라고 짐작해본다....
저기 형제봉이 보인다,부지런히 걸어보자...
형제봉 가는 길...
문장대에서 천왕봉 까지 속리산 능선...
형제봉 가는 길 2...
나무가지 사이로 오늘 걷는 대간길의 마지막 봉우리 형제봉이 보인다.
나,이미 산에 들어 있지만 더 가까이 산에 다가가길 원하고
그럴수록 산은 내게서 더 멀리 달아나곤 한다.
언제나 산과 나는 한 마음이 될까?...
산새의 아름다운 노래소리가 사라진 숲에는 이미 다가오는 겨울준비가 시작되었나보구나...
가파른 오르막을 힘들게 걸어
오늘 대간길의 마지막 봉우리 형제봉에 도착해 오늘 걸어온 능선을 돌아본다.
저 멀어 보이는 산길을 걸어왔단 이야기라...
모두들 모여 앉아 배낭떨이를 하며 넉넉하게쉰다....
이제 험한 오름은 없지만 남은 거리가 2.5km...간간이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으며 천천히 내려간다...
갈령삼거리에서 대간길을 벗어나 갈령으로의 접속구간으로 접어든다.
다른 곳의 대간 접속구간과는 달리 이곳은 멋진 소나무가 울창한
마루금을 걷는구나...
어둠속에서 암봉을 재미있게 통과하고 멋진 경치를 감상하기도 하고
무릎의 통증으로 걱정도 하며 걸었던 속리산구간,
힘들기도 했지만 눈은 즐거웠고 웬지 마음 차분하게 걸어온
산행을 갈령에 도착해 마치고 시원한 계곡물에 개운하게 몸을 씻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은후 돌아오는 버스에서 잠에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