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 서북능선을 가다!
설악.서북능선을 가다.
2012,8,4 맑음.
하얀솔,행복한사람,꺼벙한갱섭이.
한계령~삼거리~귀때기청봉~대승령~남교리
도상거리 18.5km 실제거리 약21km 11시간 소요
지난해부터 설악의 용아장성을 가려고 이리저리 애를 썻으나 작정한날 쏟아지는 비에
일정을 취소하니 다시 일정잡기가 어려워 일년여를 대간길이나 쫒아다니고...
하지만 날이 갈수록 부실해가는 무릎에 더 세월이 가면 산에 들기도 점점 어려워질것 같아
용아의 예행연습 삼아, 또 평소에 한번 밟아보기를 원했던 서북능선 산행을 위해
미산의 하얀솔,행복한사람님을 청하여 서초구청에서 밤 11시에 만나 밤길을 달려
남교리 십이선녀탕 입구에 자동차를 주차시킨후 원통택시를 불러 한계령에
도착한 시간이 두시경, 휴게소에서 간단한 요기와 휴식을 취한후 들머리로 걸음을 옮긴다.
하늘엔 달무리 낀 둥근 달이 환하게 빛나고.....
숲으로 들어오니 여름꽃 도라지모싯대와 동자꽃이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구나....
잔대와 나리꽃...
삼거리까지는 어둠속에 조망도 없어 부지런히 걸음을 옮겨 귀때기청봉 쪽으로 방향을 잡으니
거친 등로가 가쁜 숨을 몰아쉬게 한다....
온몸에서 비오듯 땀이 쏟아지고....
어둠 속에 길을 안내하는 야광봉을 따라 너덜을 헤메인다...
하늘엔 밝은 달이 휘영청 빛나고...
등 뒤쪽에서는 희미하게 여명이 시작되고있다.
하지만 날이 밝기전의 그 시간이 제일 어두운 법...
조심조심 발밑을 살펴 너덜을 오른다....
귀때기청봉의 산그리메가 보이기 시작하고....
대청과 중청의 산그리메도 부드럽구나....
작은 점봉산,망대암산,점봉산은 머리에 구름모자를 쓰고 있고 그 뒤로 방태산과 대간 줄기도 보인다....
황철봉의 너덜에 모자라지 않는 거치른 너덜이 계속된다....
여명을 배경으로 멋진 그림을 보여주는 서북릉의 고사목...
공룡능선과 용아장성도 새벽빛에 서서히 기지개를 켠다....
황철봉 너머 상봉도 바라보며 걸음을 옮긴다...
속세에는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건만 이 곳에는 벌써 가을꽃인 쑥부쟁이가 피었구나...
피어있는 꽃을 보면 봄,여름,가을이 공존하는듯하다...
흰고려엉겅퀴...▼
귀때기청에서 일출을 보기 원했는데 미처 그곳에 이르기 전에 일출이 시작된다...
공룡능선의 톱날같은 능선 위로 붉은 해가 솓아오른다...
계속 걸음을 옮기며 꽃도 보고 일출도 돌아본다...
휴~힘들게 귀때기청봉의 정상을 찍는다.
출발하기전에 무릎이 썩 나빴는데 오늘 좀 참아주려나...
록키님이 보내주신 bp20max를 등산화 바닥에 깔고 왔으니 하산때까지 견디어주면 좋으련만...
▲가리봉과 주걱봉,점봉산 형제들도 아침 햇살을 받는다.▼
▲내린천이 흐르는 기린면쪽의 운해와
가야할 능선위로 안산넘어 인제,원통쪽의 운해,▼
우리가 걸어 넘어야 할 능선의 너덜너머 남교리쪽의 구름이불....
찬란하게 빛나는 설악의 태양....
돌틈의 바위채송화...
곰취...
가야할 1,449봉과 하얀 보름달...
업,다운이 심한 서북능선의 악명이 서서히 무릎의 통증으로 나타는구나...
1,456봉으로 오르는 계단 아래서 처음보는 꽃을 발견하는데
집에 돌아와 야생화 책을 찾아보니 생긴 모양이 솜다리(에델바이스)같지만
확신 할 수 없어 아쉽다. 조금더 가까이 당겨서 찍어올것을...
이 꽃이 솜다리라면 정말 귀한 꽃을 만난것인데...
1,456봉에서 돌아본 귀때기청봉,
대청봉에게 나도 서북능선의 맹주라며 대들었다가 귀싸대기를 얻어맞아
귀때기라는 이름을 얻었다는 전설 비스므리한 애기가...
바람꽃이 지천으로 피어있는 등로를 걷는다.
문득 드는 생각이,불란서 말로 메멘토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였던가...이 세상을 하직하게 될때엔
저렇게 흐트러지게 꽃이 피어있는 곳에서 그 순간을 맞이했으면 하는 바람인데...
너덜을 벗어나기전에 잠시 엉덩이를 붙이고 쉬며 목을 축인다.
▲나리,까치수영,제비난이 한자리에 ...
▲참취와 꿩의다리 ▼
이질풀...
걸어온 능선 위로 쏟아지는 눈부신 아침햇살...
가파른 1,408봉이 다가온다...
235계단을 올라...
안부까지 떨어졌다가 힘겹게 다시 오른다...
너덜과 급계단을 오르니 솔나리가 반기는구나...
너의 이름이 솔체냐 구름체냐?...
이 앙증맞은 꽃은 책에도 이름이 없어라...
만화에 나오는 강아지(이름이 스누피던가?)처럼 생긴 바위...
저 거친 능선을 넘어야 하는가?...
다행히도 등로는 커다란 주목이 있는 뒷사면으로 이어져있다...
1,273봉의 계단을 내려온다...
정말로 힘들게 대승령에 도착한다...이제 한 봉우리만 더 채면 내리막이다...
여기서부터 내리막이다...
무릎조심...
오늘 처음 물을 만나 반가운 마음으로 땀에 젖은 얼굴을 닦는데
손이 시려워 물에 손을 담구고있지 못한다...
시원하게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데 남은 거리가 쉽게 줄어들지 아니한다.
이곳 서북능선은 거리측정이 잘못된것이 아닌지....
온 몸이 땀에 푹 젖어 끈적이니 저 맑은 물에 풍덩 뛰어들고 싶어라...
무심히 걷다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족히100m는 됨직한 직벽이 머리 위로 펼쳐져있다.
그래...이게 설악이야...머리 위에 산을 두고 걷는 이것이 진정 설악의 계곡이지...
복숭아탕을 한 장면으로 잡기엔 거리가 가까워 세 토막으로 이어 붙여본다...
신식으로 머리 감는 기술, 시원하시겠어요...ㅎㅎㅎ
가파르고 미끄러운 바위길을 걸어 걸어 남교리 입구에 도착하고 각자 적당한 곳에서
몸을 씻고 속초의 대포항으로 옮겨 시원한 맥주와 맛있는 회를 먹고
인근의 찜질방에서 잠시 눈을 붙인후 집으로 돌아온다.
함께 산행하신 이대장,명철님,고생하셨읍니다, 아이고 허리,다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