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봉 산행기
숨겨진 비경을 찾아 오른 반야봉 산행기
반선~뱀사골계곡~이끼폭포~묘향암~반야봉~성삼재
약18km 04:30~13:30 약 9시간 소요
오늘은 백두대간 지리산구간의 두번째 산행으로 벽소령~성삼재구간을 걷는 날,
이 구간은 이쪽 저쪽으로 수없이 걸었던 길이라 방향을 살짝 비틀어
지난 가을 찾아 갔다가 찾지못해 하릴없이 반야봉의 원시림속을 헤메다
내려온 이끼폭포를 찾아본 후 반야봉넘어 노루목에서 대간길로 합류하고자
함께 반야봉 숲속을 헤멨던 고향친구와 만나기로 하고 음정마을로 향하는
버스에서 마천삼거리에 하차한 시간이 04시 정각, 잠시 후 도착한 친구의 차로
반선의 뱀사골 입구로 향한다.
어두운 하늘엔 반달이 빛나고...
반선 매표소에서 와운교까지의 개울가 자연관찰로는 지난해 여름의 수해로
유실되어 차량이 통행하는 도로로 어둠속을 걸어 와운교로 향한다.
제기럴,카메라가 어디가 꼬였는지 후레쉬가 제대로 터지지 않는구나.
어두운 계곡을 향해 카메라셔터를 누른다.
오래동안 가물었던 날씨에 계곡의 수량은 부족하지만 울창하게 우거진 나무에선
숲의 향기가 진하게 느껴지고 부지런한 새들의 합창소리에 발걸음은 가벼워진다.
시원한 계곡의 좌우를 다리를 건너가며 녹음의 향기에 취해 느릿느릿 걷는다.
남원에서 섬진강 허리를 지나며
갈대밭에 엎드린 남서풍 너머로
번뜩이며 일어서는 빛을 보았읍니다
그 빛 한 자락이 따라와
나의 갈비뼈 사이에 흐르는
축축한 외로움을 들추고
산목련 한 송이 터트려놓읍니다
온몸을 싸고도는 이 서늘한 향기,
뱀사골 산정에 푸르게 걸린 뒤
오월의 찬란한 햇빛이
슬픈 깃털을 일으켜세우며
신록 사이로 길게 내려와
그대에게 가는 길을 열어줍니다
아득한 능선에 서 계시는 그대여
우르르우르르 우레 소리로 골짜기를 넘어가는 그대여
앞서가는 그대 따라 협곡을 오르면
삼십 년 벗지 못한 끈끈한 어둠이
거대한 여울에 파랗게 씻겨내리고
육천 매듭 풀려나간 모세혈관에서
철철 샘물이 흐르고
더웁게 달궈진 살과 뼈 사이
확 만개한 오랑캐꽃 웃음소리
아름다운 그대 되어 산을 넘어갑니다
구름처럼 바람처럼
승천합니다
故 고 정희 -뱀사골에서 쓴 편지- 지리산의 봄 중에서...
(고정희(高靜熙 1948년~1991년)
전남 해남에서 출생하였고 한국신학대학을 졸업하였다.
《현대시학》에 〈연가〉가 추천되어 문단에 나왔으며 ‘목요시’
동인으로 활동했다.
1983년 《초혼제》로 ‘대한민국문학상’을 탔다.
1991년 지리산 등반 도중 뱀사골에서 실족 사고로 작고했다.
뱀사골계곡의 지류인 중봉골 입구에서 이끼폭포를 찾아 금단의 줄을 넘어든다.
출입금지를 거꾸로 읽으면 지금입출, 지금 들어오라고?...
출입금지표시가 금단의 지역을 들어갈때 확실한 이정표라...
울창한 원시림 속을 확실하지 않은 길을 찾이 너덜과 계곡을 힘들게 더듬어 오른다.
오랜 가뭄으로 계곡의 수량이 적은것이 다행이지만 골짜기를 이리저리
건너다니며 길을 찾아 오르느라 땀을 비오듯 흘린다.
중봉골 입구부터 40여분 헤멘 끝에 이끼폭포에 도착한다.
지리산의 숨겨진 비경 이끼폭포, 오래동안 그리워하던 갈증을 해갈하는
기쁨에 겨워 제법 긴 시간을 폭포에서 머문다.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인증샷...어딘지 모르게 꺼벙한 갱섭이...
수량이 넉넉할 때의 이끼폭포.
반야봉을 향해 다시 계곡을 오른다.
경사가 급한 만큼 폭포가 이어져있구나....
계곡과 헤어지니 급경사의 너덜과 산사태로 길이끊어진 곳의 연속이라
길 찾으랴 급한 가풀막을 오르랴, 중산리에서 천왕봉오르는 경사보다
훨씬 힘이 더 드는것 같구나...
조금은 완만한 길이 나오는 것을 보니 묘향대에 가까워진듯,....
묘향암옆의 텃밭은 갈지않아 잡초만 무성하구나...
게으른 땡중 같으니라구, 곡차만 좋아하고...
염불만 할게 아니고 몸을 움직여 자신의 식량을 가꾸는것도 수행이거늘...
그나마 지난해처럼 절집주변에 술병은 굴러다니지 않는구나....
석간수 한모금을 시원하게 마시고...
절집 마당에서 토끼봉과 지리능선을 바라본다.
대간길 걷는 미산식구들은 어디까지 왔을까?...
중봉 하늘엔 하얀 반달이...새벽에도 반달을 보았는데?...
절집에서는 음식을 끓이지 말라는 땡중의 엄명에 소심하게
절집입구에서 불을 켜고 라면을 끓여 아침을 해결한다...
중봉 오르는 길의 주목...아마도 수백년을 살았을듯...
중봉에서 바라보는 심마니능선과 연안 김씨의 묘.
이 높은 곳에 모시느라고 자손들이 욕 깨나 보았겠다.
울창한 숲속을 걸어...
아! 힘들게 지리산의 모든 기운이 시작된다는 반야봉에 도착한다.
<<반야봉>>
반야봉(般若峰)은 그 높이와 관계없이 지리산의 제2봉이며 지리산을 상징하는 대표적 봉우리이다.
주봉(1,732m)과 중봉이 절묘하게 빚어낸 지리산의 대표적인 봉우리답게 노고단은 물론 멀리
천왕봉에서도 선명하게 조망돼 그 독특한 모습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많이 한다.
그 누가 보아도 두 봉우리의 정다운 모습을 보면 금방 지리산 사진임을 알 수 있을 정도이다.
반야봉은 또한 신비로운 낙조(落照)의 장관을 연출해 내는 지리산 8경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특히, 여름날 작열하던 태양이 지루한 하루를 보내고 저편 너머로 숨어들 무렵이면
반야의 하늘은 온통 진홍빛으로 물들어 보는 이들을 감동케 한다.
지리산이 그토록 아름다울 수가 있는지를 끝없이 되뇌여도 반야봉의 낙조는 모자람이 없다.
화려한 불꽃잔치와 더불어 반야봉은 운해와 함께 우리에게 인식된다.
늘 발아래 운해를 거느리고 우뚝 솟아 있는 반야봉의 장관은 비경 그것이다.
태산준령들 사이 사이에 걸려있는 지리산의 운해는 아마도 주봉인 천왕봉과
'반야봉에 얽힌 마고할미와 반야의 애틋한 마음을 그대로 전해주려는 듯 심오함을 갖고 있다.
반야봉에는 지리산 산신 중 女神인 천왕봉의 마고할미와 관련된 전설이 있다.
그 여신은 선도성모(仙桃聖母) 또는 마고(麻古)할미, 노고(老姑)라 불리는데 바로 천신(天神)의 딸이다.
그 천신의 딸인 마고할미는 지리산에서 불도를 닦고 있던 도사 반야(般若)를 만나 결혼해 천왕봉에서 살았다.
그들은 딸만 8명을 낳았다. 그러던 중 반야는 더 많은 깨우침을 얻기 위해 가족들과 떨어져 반야봉으로 떠났다.
그리고 마고할미가 백발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마고할미는 반야봉에서 깨우침을 얻기 위해
외로이 수도하는 남편 반야를 그리며 나무껍질을 벗겨 남편이 입을 옷을 만든다.
그리고 마고할미는 딸들을 한명씩 전국 팔도에 내려 보내고 홀로 남편을 기다린다.
기다림에 지친 마고할미는 끝내 남편 반야를 위해 만들었던 옷을 갈기갈기 찢어버린 뒤 숨지고 만다.
갈기갈기 찢겨진 옷이 바람에 날리어 반야봉으로 날아가니 바로 반야봉의 풍란이 되었다고 전한다.
후세 사람들은 반야가 불도를 닦던 봉우리를 반야봉이라 불렀고 그의 딸들은 8도 무당의 시조가 됐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선지 반야봉 주변에 안개와 구름이 자주 끼는데 하늘이
저승에서나마 반야와 마고할미가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 한다.
친구와 번갈아 인증사진을 찍고...
맑고 푸르던 하늘에 갑자기 구름이 끼고 안개가 흐르는것이 반야와 마고할미가 만나는 것이라고...
노루목 가는 길...
이제 노고단을 향해 저 안개낀 능선을 걸어야 한다...
물맛 좋기로 소문난 임걸령의 샘물로 갈증을 달래고....
왕시리봉과 불무장등으로 이어진 능선도 바라보며 피아골 삼거리와
돼지령,돼지평전으로 완만한 능선을 노고단을 향해 반야봉도 돌아보며 걷는다.
노고단 가는 길....
오소리가 뚫어놓은 굴일까?...
노고단재에 도착해 노고단 정상에 올라본다.
내려다본 노고단 대피소...
심원마을도 내려다보고...
흥,이 산꼭대기에도 일방통행표시가....
미산식구에게 전화를 거니 임걸령에 있단다. 한시간 거리 떨어져
급할거 없으니 편안히 돌아가는 길로 걷는다.
심 봤다...길가 풀 속에서 예쁘게 피어있는 앵초를 발견하고
함박꽃(산목련)도 감상하며 마신 막걸리 두잔에 취해
잠이 쏟아진다.
갈 之자로 비틀비틀 넓다란 길이 좁다고 왔다갔다 걷는다....
2007년 7월 8일 이곳에서 찍은 활짝 핀 산딸나무 꽃...
행여 이번에도 볼 수 있을까? 두리번거리며 찾아보았지만
철이 아직 이른 것인가...보이지 않는다...
이끼폭포의 비경앞에선 행복했고 반야봉 오름길은 엄청 힘들었던 산행,
노고단을 지나면서 쏟아지는 잠을 못이겨
비틀비틀 걸어 성삼재에 도착한다. 선두를 만나 합류하고 모두 산행을 마치길 기다려
달궁마을 주차장으로 이동하고 건너편의 개울에서 시원하게 몸을 담구어 개운하게 씻고
맛난 음식과 술잔을 나누곤 돌아오는 버스에서 잠에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