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봉화산구간 산행기.
백두대간 봉화,백운산구간종주기 2012년 2월 26일 흐림. 복성이재~봉화산~광대치~중고개재~백운산~영취산~무령고개 20.3km 04:00~13:00 9시간 소요.
평소의 취미가 카메라를 들고 이리저리 아름다운 경치와 꽃을 찾는것이어서 홀로 산행을 할 때는 예쁜 야생화 한포기를 만나면 한나절씩 그 옆에 머물면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꽃의 모습을 남기기도하곤 했으나 자유인들과의 대간종주를 하여보니 이건 목적지와 도착시간이 거의 정해져있는 산행이라 일행들을 따라 걷느라 바쁘고, 모자란 나의 솜씨로 산행기를 올린다는것이 욕심이라 생각되어 미산의 健脚들과 새로이 종주를 나서며 折筆(?)을 하고 열심히 걷기만 하겠다는 생각에 1차 산행때는 아예 카메라도 가져가지 않았는데 두번째의 산행을 나서며 그래도 내가 걷는 길에의 기록은 남겨야되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에 다시 똑닥이카메라를 가슴에 품고 길을 나선다.
오늘의 들머리에 이르는 도로가 마을을 통과하며 좁아져 덩치 커다란 리무진버스가 이리저리길을 찾느라 애를 쓰다 겨우 복성이재에 도착한 시간이 오전4시경, 장수군 번암면과 남원시 아영면의 경계에 위치한 해발 600여 미터의 낮으막한고개에서 약간의 체조로 몸을 풀고 이마에 불 밝히고서 대간길로 접어든다.
인근에 연흥부씨(?)께서 사시던 성리치재마을로 버스가 지나온것 같은데 흥부놀부 이야기는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었던가....
아무것도 보이지않는 밤길을 걸으며 곁눈질할일 없으니 걷는 속도는 저절로 빨라지고 날아갈듯 걷는 일행을 따라가느라 카메라 꺼낼 시간도 없이 제법 유명한 봉화산의 철쭉군락지를 그냥 지나치는데 제멋대로 자란 철쭉가지가 배낭과 옷에 자꾸 걸린다.
오래된듯한 키 커다란 이정표, 거리가 표시되어 있으면 더 좋았었을걸....
시간반여를 걸었을까? 커다란 정상석과 봉수대가 있는는 봉화산에 도착해 잠시 숨을 고른다. 일행들 제각기 인증샷 남기느라 바쁘고.... 봉화를 올리던 곳이니 전망이 좋을텐데 칠흑같은 어둠에 보이는것이 전혀 없구나....
맑은 날이면 여명이 시작될 시간인데 날이 얼마나 흐린지 쏟아질듯 반짝이던 밤하늘의 별도 전혀 보이질않으니 오늘 일출을 기대하긴 틀린것인가....
키작은 철쭉과 싸리나무, 억새들뿐인 마루금을 걷는데 날이 밝는다.
▲ 걸어가는 방향의 좌측과 우측의 산세▼ 어느쪽이 백운산인가?...
동쪽하늘의 구름 위로 해가 떴는지....
출발하기전 버스에서 세덩어리의 찹쌀떡을 물없이 먹었더니 봉화산 오르막에서 속이 매우 불편했었는데 숨가쁘게 걷다보니 언제 그랬나는듯 어서 밥을 넣어달라고 배가 마구 아우성을 친다. 평소에도 여섯시반이면 아침식사를 하는데 신새벽에 산길을 이십여리 걸었으니 어디 고프기만 할까,...사망 직전이지.... 제각기 준비해온 식량을 펼쳐놓고 나누어 배를 채우고 커피까지 한잔마시니 어디 진시황이 부러우랴....하지만 땀에 젖은 몸이식으니 서둘러 배낭을 울러메고 다시 걷는다....
후미를 맡으신 회장님의 뒤따라오는 발자욱소리 듣기가 거슬려 앞에 가시라 하고 원래의 내 자리, 맨 꼴찌가 되니 드디어 자유를 얻는다...
나는 늘 꼴찌의 삶입니다
광대치를 지나치니 지금까지 지나온 지역하고는 완전히 다른 울창한 참나무 잡목 숲이 시작되면서 가파른 오르막길을 부지런히 오르니 앞엔 또 다시 굉장한 철조망이 나타난다. 자세히 살펴보니 함양군에서 추진하고 있는 장뇌산삼 재배단지, 저 엄청난 철조망 설치비용이 원가에 포함되면 경쟁력이 있을까? 고향친구 영길이에게서 장뇌삼을 열댓뿌리 얻어 먹었는데 혹시 이곳에서 키운건 아닐까?.. 그걸먹어서 내가 건강한 것인가?...아니... 대간 종주하고 나면 진짜 산삼 먹은 것 보다 열배는 더 건강해 지리라!
표식기가 가득 걸린 철조망에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영원한 내 그리움의 대상 지리산, 그 지리산의 천왕봉과 능선이 보인다. 달포전에 다녀온 곳이지만 내 산 사랑의 모태,그 지리산을 바라보니 가슴이 벅차오른다...
봉화산을 지나면서 완만한 등로의 연속인데 아름답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순한 마루금을 홀로 걷는다...
月鏡山, 달이 거울 같이 아릅답다는 뜻일까? 등로는 북사면으로 마루금을 살며시 비켜간다...
월경산의 낙엽송 숲을 지나고 홀로 길에 취해 걸음을 옮긴다... 아름답고 또 아름다운 길, 想念에 빠져 걷다보니 커다란 고목이 등로를 지키고 있는 중재에 도착해 쉬고 있는 일행을 만나고 이후엔 함께 걷는다...
중고개재를 지나 고도를 높혀 갈수록 마루금에 부는 바람이 차갑고 세구나...
가파른 백운산오름의 전망바위에 올라서니 지나온 봉화산과 능선,그 넘어로 천왕봉에서 반야봉까지 지리능선이 장쾌하게 펼쳐져 있다.
아름다운 경치를 담느라 다들 바쁘고나...
등로 좌편의 장안산과 그 능선...
반야봉과 만복대쪽의 서부능선...
아름다운 경치에 취한 달희씨와 행복한사람...
눈쌓인 오르막이 힘겹고 강한 바람에 빰이 얼얼하여 목에 감고있던 버프를 끌어올려 얼굴을 가린다...
이런 저런 쓸데없는 상념들에 빠져 걷는데 시원하게 시야가 터지며 장수 덕유산의 동봉과 서봉,펑퍼짐한 향적봉이 눈에 들어온다. 백운산에 거의 다 올라왔구나....
머리에 흰 구름을 이고 있다고 해서 백운산이라고 했나? 넓은 정상에서 사방으로의 조망이 압권이다... 이곳에서 정남방향으로 지리산 능선 넘어 또 다른 백운산이 있으니 고로쇠물로 이름난 광양의 백운산이라...
아담한 정상석이 예쁘다...
고향의 황석산과 거망산줄기 넘어 금원산과 기백산도 손에 잡힐듯 가까이 보인다...
아름다운 산죽길에서의 달희씨와 순옥님...
스릴러 영화의 거장 알프레도 히치코크감독이 자신이 만든 영화마다 까메오로 한장면씩 등장하였다는데 갱섭이도 한장면 출연합시다요....
조릿대의 푸른잎과 하얀 잔설이 묘하게 잘 어울림은 차가운 바람을 견디고 빚은 자연의 작품이라서인가....
영취산을 향한 능선, 이제 얼마 남지 않았네...
이곳에서 가방떨이를 하면서 한숨 쉬어간다...
선바위고개에서 날머리 무령고개로 하산할수도 있지만 영취산으로 오른다. 금남호남정맥의 시발점이라는 영취산, 높이에 비해 깊은골에 자리잡아 봄이면 여러가지 산나물등 산물이 풍부하고 많은 종류의 야생화가 아름다움을 뽐내는 곳이다...
▲사니조아,행복하니 늘 함께 산행하시기를... 야크님도 어울려....▼
이제 다왔다는 안도감에 영취산에서 여유를 부리다 가파른 사면에 설치된 육백여개의 나무데크로 내려와 오늘의 산행종점 무령고개에 도착하고 운영진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맛있는 떡국을 배불리 먹고서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집으로 돌아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