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쿵저러쿵

쓸데없는 걱정의 지리산행

갱섭이 2009. 12. 30. 20:22

   지난 여름 적게먹으며 많이움직여 몇근여의 몸무게를 줄였었는데 가을을 지내며

   혼자있는 저녁시간에 tv시청이나 하면서 소파에서 뒹구르며 군것질을 일삼으니

   늘어나는것은 허리둘레요, 복부비만이라....

   가족과 함께 라는 슬로건이 무색하게 이번 성탄절도 홀로 보내게 될것이라

   차라리 몇달간 잊고 있었던 산행이나 하고자 깊은밤 홀로 지리산행을 나선다.

  

   버스에 올라 출발을 하고보니 만원버스에 어찌된것인지 나의 옆자리만 승객이 없이 비어있다.

   이것참, 편안 널럴하게 가게되었다고 내심 좋아했는데 잠자리에 까다로운 성격탓에 목적지에

   도착할때까지 몇시간을 잠시 졸아보지도 못하고 내린다.

   평소에는 12:00에 출발하는 버스 한대였는데 성탄연휴에 산을 찾는이들이 많아서인지

   11:58...11:59... 1분 간격으로 버스가 세대나 출발하고 거의 동시에 백무동에 도착한다.

  

   불켜진 음식점릉 찾아 청국장에 공기밥 한술넘기고 깜깜한 산길을 헤드렌턴에 비추며 더듬어

  올라가다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올려다보니 보석을 뿌려놓은듯 별이 반짝이고 있다.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깊은산을 찾아야 겨우 별을 볼수 있으니.....어릴적엔 서울에서도

  밤하늘을 바라보며 별자리도 찾아보고 떨어지는 별똥별도 바라볼수 있었는데

  몇십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오염된 도시의 대기는 맑은 별빛을 투과하지못할 정도로 혼탁해졌구나.

 

  날씨예보에 눈소식이 있어 행여나 신설을 볼수 있을까? 했던 기대는 저리가고

  먼저 내렸던 눈이 다져지고 녹다 얼고 산길이 미끄러워 옮기는 걸음이조심스럽다.

  혼자 걷는 길, 행여 다치기라도 하면 여러사람에게 민폐가 될테니.......

  한걸음 한걸음 내디디다보니 하동바위지나고 참샘에이르러 졸졸 나오는 샘물 한바가지 받아

  목을 축인다. 오랫만에 마시는 물맛이 시원하고 매우 달다. 세상에 어떤음식보다도 물맛이 좋은것같다.

  

  잠시 쉬고 더듬더듬 장터목을 향해 오르다 소지봉 바로아래 산죽길 모퉁이를 돌아가는데 

  위쪽에서  남녀의 목소리들이 뒤석여 왁자지껄 소란스럽다.

  고요한 산길. 바람소리, 내발자욱소리 들으며 사색에 잠겨 걷다가 때 아닌 소란스러움에

  짜증이 난 나. "시끄럽다!" 고 소리를 지르니 일순 조용해진다. 몇발자욱 더 걸어 

  소지봉의 제법 너른 공터에 이르니 열대여섯의 남여무리가 취사도구들을 펼쳐놓고

  밥을 한다, 찌개를 끓인다,등등 식사준비에 여념이 없다..... 

  어둠속에서 청승떨지말고 산아래 식당촌에서 해결하고 올라오지 저러다 산불이라도 

  나면 어찌하려고....남의 일에 쓸데없는 걱정을 하며 가던길을 재촉한다.

 

  오랫만의 산행이라 땀도 나고 힘도 들고...숨소리 쌕쌕대며 걷다보니 어느듯 날이 훤하게 밝아오며

  연하봉,삼신봉,촛대봉,반야봉등,지리주능선의 모습이 뿌연 안개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언제보아도 반가운 산.내 게으름의 소치로 자주 들지못함이 아쉬울뿐이다.

  장터목산장이 저만큼 보일때쯤 나의 뱃속에서 평소 듣지 못하던 소리가 제법 시끄럽게 울려댄다.

  "꼬르륵, 꼬르륵"  이거원 참!, 가까이에 사람이라도있으면 많이 창피할뻔했구나....

  대피소에서 준비해간 불고기버거 한개 연양갱하나와 콜라로 배를 채우고  마루바닥에

  등을대고 한시간여 낮잠을 청해본다....

 

  따듯하진않으나 누워있으니 찬바람쐬며 굳은 몸이 많이 풀린듯하여 행장을 수습하여 

  천왕봉을 향한다. 그늘진 곳엔 눈과얼음으로 미끄러워 아이젠을 착용하고 걷는다.

  제석봉 기슭을 오르는데 뒤에서 어디서 많이 본듯한 사람이 나를 추월하여 앞서 나간다.

  어디서 본 양반일까?... 아하!... 연하천산장!  산장지기 김병관씨가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하는 시위를 천왕봉에서 홀로 하고 있다는 뉴스를 방송에서(?) 본것 같은데 장터목산장에서

  잠을자고 시위현장으로 가는 것이구나.....

  산꼭대기 찬바람을 피할데도 없이 하루종일 맞으며 시위하는것도 힘이 많이들것이다.

  

     제석봉을거쳐 천왕봉오름길을 걸으며 사방을 조망해본다.

     하얗게 눈이 쌓인것도 아니고 활엽수들의 잎은 떨어져 겨울산의 삭막함이 있을뿐이다.

     더구나 먼데 산들은 개스에 묻혀져 제대로 보이지않으니 산행하기엔 별로인 날씨라 오긴 했지만 

    흥이 나질 않는다.  

 

      지난 가을 종주 할때는 꽃과 산의 綠陰 한데어우러져 정말 눈이 즐거웠었는데.......

 

 

 

    모든것이 나의 바람에 만족할만큼은 아니지만 천왕봉의 정상석은 변함없고 굳건하게 간사한 마음의

    이 산객을 반겨준다.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  언제 찾아와 바라보아도 가슴속에 가득히 한국인의

    긍지를 느끼게해주는 글이다. 한데 누가 무슨 짓을 한걸까? 정상석의 표면이 허옇게 벗겨진 부분이 있다.

    몹쓸 사람 같으니...... 아니면 높은 곳에 있으니 번개라도 스쳐간것일까?.....

 

   매서운 山頂의 바람을 맞으며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하는 구호가 적힌 피켓을 짊어지고 김병관선생이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다.피켓에는 58일째 라고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73일째인데 스카치테이프가 없어 

   고치지 못하였다 하시니 민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의 고통스러운 저항이 마음아프다.                                실제로 일어나서는 되지않아야 할 일이다. 손쉽게 산정의 풍경이야 감상할 있겠지만 그로 인해 훼손되는  

  자연은  어떻게 복구할 것인가?... 곤돌라가 설치된 몇몇 산의 정상처럼 샌달이나 질질 끌면서

   미니스커트에 탱크탑의 차림이 이곳에 등장하게 될것인데...그런 모습을 보는 불상사가  생길까 걱정이된다.

  

 

   케이블카 설치에 반대하는 몇분의 산객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허락을 받은것은 아니지만

  나쁘게 사용하는 것이 아니니 초상권침해라고 나무라시지는 않으리라 생각하고......

 

 

 

       어찌하다 보니  이번 산행에서는 다소 무거운 마음으로 하산하게되었다.

      마음이 그러하니 바라보이는 풍경도 썩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은채로 오른 길을 되돌아 

      장터목산장에서 라면에 누룽지넣고 끓인 라누탕으로 배를 채우고

      소지봉, 참샘,하동바위를 다시 거치어 백무동에 도착해 16:00버스로 서울로 되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