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준비하는 오대산
2014, 9, 6. 맑음.
상원사 ~적멸보궁~비로봉~상왕봉~주차장
약 11km, 07:00~12:40 쉬엄쉬엄 산행...
닷새에 이르는 추석연휴를 마냥 맛난 음식들을 먹기만 하면
늘아나는 것은 뱃살이라 미리 뱃살빼기 산행으로 어디를 갈까?...
망설이다 오대산 환종주나 해볼까 하고 대충 배낭을 꾸려
새벽에 길을 나서 상원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일곱시....
늙은 노새는 이곳에 세워놓고 천천히 걷는다....
이곳으로 요양하러온 세조임금의 어의를 걸어두었었다는 관대걸이를 지나....
상원사를 향해 걷는다...
번뇌가 사라지는 길이라....
정녕 그리 된다면 행복한 길이리라....
상원사의 조용한 아침을 카메라에 담아본다...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범종중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상원사 동종, 국보 36호....
처음 생각에는 두로봉, 동대산을 거쳐 진고개까지 걸어볼 요량이었으나
상왕봉 부근에서 시작된 무릎통증으로 절반 정도만 걷게된다...(파란색으로 표시된...)
정면에서 보면 오층집으로 보이는,
그러나 산비탈의 경사따라 지은 일층짜리 건축물로 꽤 특이한 대접을 받고있는
중대사자암을 지난다...
호기심에 안을 기웃거리지만 수행자들에게 폐가 될까봐 발길을 돌린다....
처마 위로 보이는 산기슭에 쏟아지는 환한 햇살...
그러나 산은 여름빛을 잃어가고 있구나....
중대사자암에서 적멸보궁에 이르는 600m의 산길을 2m의 넓이로
마천석이란 값싸지않은 돌로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대단한 불사를 하였구나...오년전 이곳에 왔을때와는 너무도 많이 바뀌어 있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셨다는 적멸보궁...
그래서 불상을 모시지 않는다고?....
이곳외엔 양산 통도사...태백산 정암사...
사자산 법흥사...설악산 봉정암의 적멸보궁이 더 있다...
상당히 무거워 보이는 커다란 보퉁이를 힘겹게 들고 올라오는 보살님을 지나친다.
저 보퉁이의 무게 만큼 그녀의 신심이 담겨있으리라...
비로봉 가는 길.....
쓰러진 나무에 배낭을 내려놓고 잠시 앉아 쉰다...
바쁜것도 없고 홀로 걷는 길...
숲의 향기를 만끽한다....
바위떡풀....
미나리과의풀은 워낙 종류가 많으면서도 꽃은 비슷비슷하니
그냥 기름나물로 해둔다...
흰 진범....
투구꽃....
참취.....
마가목나무의 열매가 붉게 물들었구나...
이 열매가 빨개지면 가을인데....
이질풀,고려 엉겅퀴, 아래것은 어느꽃의 열매일까?...
꽃들과 놀면 놀면 걸어 비로봉에 도착,셀카로 인증사진을 찍어본다...
변함없이 꺼벙한 갱섭이...
왜 카메라 앞에 서면 지대로 꺼벙해지는걸까...희안한 일이로다...
정상에 서서 동서남북 사진을 찍는데 귀여운 다람쥐 한마리가 나타난다...
이눔을 카메라에 담자니 가만히 있지 않고 바쁘게 이리저리 움직인다...
야생동물을 취재하는것은 매우 힘드는 일이구나...
하지만 이 다람쥐선생의 배경이 너무 멋지구나....
상왕봉가는 길...천상의 화원을 걷는다....
오늘은 홀로 걷지만 언제라도 좋은 님들과 함께 걷고싶을 생각이
저절로 드는 아름다운 비단길이구나....
엄청난 굵기를 자랑하는 주목을 만난다...
정선 두위봉의 1,400년 묵었다는 주목에는 모자라지만
이 나무도 얼핏보기에 천년정도는 묵었을만한 거창한 크기이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고 하는 주목이지만 산 마루금에서
그 긴 세월을 거친 비바람을 견디어내고 우뚝 서 있으니...
이 나무도 온전히 있다면 대단한 굵기일텐데....
껍질부분만 남아있는데도 살아서 잎을 싱그럽게 키우고 있구나...
나무는 오래 살면 이렇게 제 속을 비워가는데...
그러다 제 몸의 무게에 쓰러져 썩어가는데...
멧돼지가 온 산을 뒤집어 놓았구나,
무척 넓은 면적을 파놓은 힘도 대단하지만
얼마나 배가 고프면 저렇게 땅을 뒤집었을까?....
저만큼 앞에 통통하게 살이 찐 까투리 한마리 놀고있다.
줌 기능이 빈약한 똑닥이카메라로 움직이는 꿩을 잡기는 어려워라...
이십여분을 살살 기어서 한장의 사진을 얻는다...
아름다운 가을의 하늘길을 놀면놀면 걸어 오대산의 두번째 봉우리
상왕봉에 다다른다.
산정에서 바라보는 가을 하늘,하얀 구름 아름다워라...
응복산 너머 희미하게 점봉산이 보일듯 말듯하고
그 뒤로 설악산 대청봉이 의연하다....
저 백두대간 능선을 걸었던 그 때가 그리워지누나....
심 봤다!.....
산행전에 오늘 금강초롱을 만날것 같은 예감이 있었는데
그 느낌이 적중....금강초롱을 만나 또 한참을 꽃과 노닥거린다....
이 얼마나 즐거운가....
가을빛이 물들어 가는 비단 꽃길을 느릿느릿 여유롭게
걸어가는 나는 지금 행복한 사람....
신갈나무는 아직도 푸르름을 자랑하지만
일부 단풍나무는 화려한 가을 옷으로 갈아입는중....
홍천군 내면 명개리에서 상원사로 넘어오는 임도를 만나
그 길로 바꿔 걷는다...
오년전 사월 고향에서 대간길을 걷기 위해 왔으나 때아니게
쏟아진 폭설에 대간길을 걷지 못하게된 친구와 무릎까지 차오른
눈을 헤치고 함께 걸었던 추억이 있는 임도를
"산 모퉁이 돌고 돌아 송학사 있거늘~~~~"
노래를 흥얼거리며 걸어간다....
국공파의 출입금지 팻말을 거꾸로 읽으면 지금입출....
지금 들어왔다 나가란 뜻으로 받아들여 뜻대로
샛길을 이용해드린다....
조금은 질러가지만 가파른 너덜길을
옆에 흐르는 계류의 물소리를 벗삼아 조심조심 내려간다...
다시 임도를 만나고...
길섶에 피어있는 꽃들을 감상하며....
쑥부쟁이....
무심히 꽃을 찾아 두리번 거리고 걷는데
풀섶에서 정망 만나기 어려운 칼잎용담이 나의 레이다에 포착된다...
용담꽃은 지리산 천왕봉과 반야봉에서 한번씩...
대간길 곤신봉에서 한번 만났었을뿐인데....
오늘은 아주 운이 좋은 날이구나....
여러 꽃들과 다람쥐선생도 친구삼아 즐거운 마음으로
노래를 흥얼거리며 걸어온 산행을 상원지구 탐방안내소에서 마치고
진고개에 차를 두고 왔다는 산객을 그 곳에 태워다주고 집으로 돌아온다....
다음 산행도 이렇게 행복하기를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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